원태인. 스포츠동아DB
이날 경기는 3회말을 마친 뒤 우천으로 1시간52분 동안 중단됐다. 3이닝을 소화한 뒤 장시간 대기한 터라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이 따랐다. 경기가 속개된 직후인 4회초 1실점한 그는 5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아 승리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 시즌 개막 이전 선발 10승을 목표로 잡았던 원태인은 전반기에 일찌감치 승수를 채우며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4월 5경기에서 4승1패, ERA 1.16으로 KBO 선정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그는 5월초에도 페이스를 이어가며 ERA를 1.00까지 낮추며 6승1패를 마크했다. 하지만 그 직후 2경기에서 각각 7자책점, 5자책점을 내주며 지난해 이어 올해도 더위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원태인은 6월 첫 등판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결국 6월 한 달간 5경기에서 3승1패, ERA 2.32로 4월의 호조세를 되찾은 끝에 KBO리그 투수들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 원태인이 눈부신 투구를 거듭할 수 있었던 비결은 몸쪽 승부와 슬라이더 장착이다. 비시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타자들의 몸쪽으로 승부구를 던질 수 있도록 제구력을 가다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또 슬라이더를 집중 연마해 실전에 적극 활용하면서 던질 수 있는 구종을 하나 더 늘렸다. 2가지 준비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타자와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 덕에 삼진도 증가했다. 경기당 5.07개의 삼진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원태인은 올 시즌 확실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올림픽에도 나서게 됐다. 시즌 10승 조기 달성과 대표팀 발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의 성과는 보너스로 간주하고, 지금의 페이스를 잘 유지해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데 기여하겠다는 마음뿐이다. 대표팀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