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종. 사진제공|국제유도연맹
한국유도는 특히 올림픽 이 체급에서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했다. 100㎏ 이상급이 최중량급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대회부터는 단 하나의 올림픽 메달도 따지 못했다. 95㎏ 이상급이 최중량급이었던 1984년 LA대회와 1988년 서울대회에서 조용철이 잇달아 동메달을 획득한 게 전부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100㎏ 이상급은 아예 유럽과 남미 선수들의 전유물이 됐다. 한국, 일본, 몽골 등 아시아 선수들과 힘의 차이가 상상 이상으로 컸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이 체급에 출전하는 다크호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주인공은 김민종(21·용인대)이다.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장이 2018년 말 직접 차세대 주자로 꼽는 등 보성고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뽐내며 ‘신동’으로 불렸다. 이 체급 국내 최강자였던 김성민(필룩스)으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을 준비를 착실히 했다. 결국 최종 선발전에서 선배 김성민을 꺾고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김민종의 키는 184㎝로 이 체급에선 단신에 속한다. 그러나 타고난 근력과 다양한 손기술로 피지컬의 열세를 극복한다. 정면승부를 즐기는 성격도 강점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 유도 경기가 열리는 도쿄 부도칸은 김민종이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랭킹 7위 하파엘 시우바(브라질)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장소다. 당시 김민종은 203㎝-155㎏의 거구 시우바를 안다리걸기 한판으로 쓰러트렸다.
첫판부터 한·일전이다.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하라사와 히사요시(세계랭킹 2위)와 30일 16강전에서 맞붙는다. 하라사와는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파워를 지니고 있어 쉽지 않은 상대다. 게다가 김민종은 상대전적에서 하라사와에게 3전패로 열세다.
그러나 방심하는 순간 한판으로 무너질 수 있는 종목의 특성상, 김민종이 꿀릴 이유는 전혀 없다. 겁 없이 돌진하는 그의 스타일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라이벌로 리네르를 꼽으며 “역사적인 헤비급 선수이기 때문에 올림픽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할 정도로 패기가 넘친다. 김민종이 세계선수권 입상에 성공했던 그 곳에서 한국유도에 새로운 역사를 새길 수 있을까.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