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韓 사격 첫 메달 안긴 김민정, 주변인들이 본 그녀의 ‘강심장’

입력 2021-08-01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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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7월 30일 ‘2020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민정(24·KB국민은행)은 침체될 뻔한 대한민국 사격을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다. 아사카사격장 시상대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올렸다. 한 끗 차이로 금메달에는 닿지 않았지만, 메달의 색깔보다는 입상한 것 자체가 사격인들에게 엄청난 기쁨이었다.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김민정에게는 기회였다. 출국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평소 이동 중에도 일본 노래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현지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자 진천선수촌 훈련장에 일본 노래를 틀어놓은 것과 관련한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차트를 휩쓸고 있는 일본 그룹 ‘오피셜 히게단디즘(Official ¤男dism)’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했다. 최신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김민정의 어머니 전영숙 씨는 “딸이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 일본 만화도 많이 본다. 일본어도 꽤 해서 현지인들과 대화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번 뭔가에 빠지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김민정의 성격과도 궤를 같이한다. 사격도 마찬가지다. 그의 주종목은 25m 권총이 아닌, 10m 공기권총이다. 그런데 10m 공기권총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대표팀 후배 김보미(23), 추가은(20·이상 IBK기업은행)에게 밀렸다. 좌절감이 컸지만, 곧바로 25m 권총에 집중해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자신이 있었던 종목이기에 마음을 다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올림픽 첫 메달을 은메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전 씨는 “올림픽 메달은 알게 모르게 피땀흘려 연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갈등도 있었다. 서울체고 졸업반 시절 전 씨는 김민정이 대학에 진학하길 원했다. 그러나 김민정의 생각은 달랐다.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굽히질 않는다. 고교 시절 나는 대학 진학을 원했고, 민정이는 실업팀 입단을 원했다”고 돌아봤다. 잦은 대회 출전으로 수업에 빠진 탓에 제적됐지만, 어머니와 본인의 바람을 모두 이뤘다. 이화여대 체육학과에 진학한 것이다. 이 또한 노력의 결과였다. “글짓기 상도 받아오고, 일본어 상도 받아오더라. 목표한 바가 있으면 민정이는 무조건 해냈다. 뭔가에 집중하면 무서울 정도로 파고들더라.” 전 씨의 회상이다. 김민정의 악바리 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대회 결선에 오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8명에게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본선 8위로 따냈다. 그러나 결선에선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소속팀 KB국민은행 손상원 감독은 김민정의 강심장에 주목했다. “고교 졸업 후 민정이를 스카우트 한 이유 중 하나가 결선에서 강한 면모를 갖춰서다. 결선에서 목표한 바를 해낼 수 있는 선수이기에 스카우트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 모습이 보였다.” 이는 ‘긴장하는 와중에도 내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바로 꺼낼 수 있다’는 김민정의 강점과도 궤를 같이한다. 전 씨도 “결선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전 씨와 손 감독은 “(김민정이) 자랑스럽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목소리에 진심이 느껴졌다. 어머니와 스승의 사랑이 수화기를 통해 전달됐다. 전 씨는 “딸이 도쿄에서도 연락을 자주 했다. 그런데 좀처럼 걱정을 안 하더라. 엄마는 목소리를 들으면 감이 온다. 뭔가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 우리 딸이라서 너무 기쁘고, 반갑고, 또 고맙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손 감독도 “사격이 침체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사실 많이 기대하진 못했다. 본인이 ‘준비한 만큼 쏟아붓겠다’고 하기에 어느 정도만 기대했는데, 정말 자랑스럽다. 너무나 잘 해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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