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펜싱 코리아의 힘 충분히 보여줬다, 파리가 더 기대된다!

입력 2021-08-01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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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펜싱대표팀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각각 1개, 동메달 3개를 거머쥐었다.

대회 첫날 남자 사브르 김정환(38·국민체육공단)이 동메달을 따내며 유일한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후 개인전 메달은 나오지 않았지만, 출전권을 따낸 단체전 4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거머쥐며 펜싱 코리아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27일 여자에페대표팀(강영미-최인정-송세라-이혜인)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단체전 메달이 쏟아졌다. 28일 남자사브르대표팀(김정환-구본길-김준호-오상욱)이 이번 대회 펜싱 종목 첫 금메달을 선물하며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유감없이 뽐냈다. 기존에도 세계적인 실력을 뽐냈던 김정환과 구본길, 오상욱 외에도 교체선수 김준호까지 날렵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원팀의 가치를 보여줬다.

29일 남자 에페(권영준-송재호-마세건-박상영)는 이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특히 중국과 동메달결정전을 승리로 이끈 과정에서 2016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 종목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에게만 의존하지 않은 팀플레이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30일 열린 여자 사브르(김지연-최수연-윤지수-서지연)의 동메달은 이번 대회를 수놓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동메달결정전 상대 이탈리아에 15-25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45-42로 뒤집은 저력은 실로 놀라웠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을 언급한 김지연(서울시청)은 본인의 손으로 동메달을 확정하며 그림 같은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펜싱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서 6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아시아 최강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올림픽은 달랐다. 펜싱 강국인 유럽의 선수들은 피지컬부터 차이가 컸다. 특히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한 사브르의 경우 리치가 긴 선수들이 절대 유리한 측면이 있어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은 ‘발 펜싱’이었다. 장신 선수들과 견줘 뛰어난 순발력을 앞세워 한두 발 더 뛰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전략이었다. 남자사브르대표팀 맏형 김정환의 키도 178㎝로 이 종목 선수치곤 작은 편이지만, 녹슬지 않은 순발력을 앞세워 상대를 당황케 했다. 164㎝의 단신인 여자에페대표팀 맏언니 강영미(광주서구청)도 “신체조건을 이겨내고 이렇게 성적을 냈다는 점이 동료들과 나 자신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을 쓸 방법이 없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이에 맞설 다른 방안을 빠르게 찾아야 한다. 한국펜싱대표팀은 그렇게 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원 팀’의 끈끈함이 크게 작용했다. 남자사브르대표팀이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하기 직전에도 김정환이 피스트 위에 서 있던 오상욱에게 “(네 실력을) 의심하지마”라며 힘을 북돋웠고, 여자에페와 사브르, 남자에페대표팀도 단체전 경기 내내 하나로 뭉쳤다.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선수들도 피스트 위에서 싸우는 전사들과 한마음이 됐다. 김정환은 “훈련할 때부터 누가 언제 막힐지 모르니, 누군가 멘탈이 무너지면 다른 선수들이 잡아주자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도쿄에선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줬다. 무엇이 부족한지도 뼈저리게 느꼈다.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펜싱 코리아’는 충분히 강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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