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표정부터 달라진” 박정아의 반전, 리우의 아픈 기억 모두 삭제했다

입력 2021-08-04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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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배구대표팀 레프트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에게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상처뿐인 기억이다. 네덜란드와 8강전(1-3 패배)에서 4득점에 그치고 무려 16개의 범실을 저지른 탓에 패배에 따른 비난의 화살은 온통 그에게 쏠렸다. 생애 첫 올림픽은 그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2020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박정아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조별리그 일본전(7월 31일), 4일 터키와 8강전에서 모두 중요한 득점을 올리며 한국의 4강행에 일조했다. 2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3-2의 짜릿한 승리였는데, 박정아는 각각 15점, 16점을 따냈다.


결과보다 더 돋보인 부분은 승부처에서 주눅 들지 않고 타점을 잡아 공격을 해냈다는 점이다. 일본전에선 패색이 짙던 5세트 12-14에서 팀의 4연속득점 중 3점을 본인의 공격득점으로 채웠다. 터키전 3세트 26-26 듀스에서 연속득점을 올린 이도 박정아였다. 조별리그 당시 한 배구 관계자는 “박정아가 표정부터 5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고 했는데, 허언이 아니었다.

박정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대표팀은 학교폭력 논란 속에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이재영-다영 자매의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약화가 우려됐다. 그러나 박정아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한 덕분에 한시름 덜게 됐다. 박정아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리시브의 부담은 김연경과 리베로 오지영이 덜어줬다. 그는 “흔들릴 때마다 언니들이 많이 잡아줬다. ‘리시브가 안 되면 공격해서 득점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제 박정아는 4강전을 준비한다. 여기서 승리하며 1976년 몬트리올대회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확정할 수 있다. ‘리우올림픽 이후 많은 국제대회 경험이 어떻게 작용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며 “블로킹 능력과 파워를 모두 갖춘 세계적인 선수들을 경험하다 보니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대표팀과는 오랫동안 함께했다. 앞으로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준결승 이후로도 펄펄 나는 박정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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