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효자종목’ 한국 레슬링, 이젠 내실을 다질 때

입력 2021-08-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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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레슬링에 2020도쿄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대회가 됐다. 류한수(삼성생명)가 3일 남자 그레코로만형 67kg급 16강전에서 무함마드 엘 사예드(이집트)에게 6-7로 패하며 유일했던 메달 희망이 허망하게 꺾였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이 체급 출전자가 16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나 2명이 사전경기를 치르게 됐는데, 류한수가 뽑혔다. 압델라멕 메라벳(알제리)을 8-0으로 제압했으나 본 무대를 앞두고 불필요한 체력을 소모했다. 불운은 계속됐다. 엘 사예드가 결승에 올라야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노려볼 수 있었으나, 4강 탈락으로 희망이 사라졌다. 류한수는 8강에서 탈락한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대회에 이어 또 한번 좌절을 맛봤다.

그레코로만형 130kg급 김민석(울산남구청)에 이은 류한수의 조기 탈락으로 한국레슬링은 초상집이 됐다. 1976년 몬트리올대회에서 금메달 1개(양정모), 동메달 1개(전해섭)를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매 대회 메달을 수확해왔는데 반세기 만에 ‘노메달’을 경험하게 됐다.

도쿄에서의 몰락이 새삼스럽진 않다.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이미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2008년 베이징대회에 이어 지난 리우대회에서 한국레슬링은 ‘노골드’에 그쳤다.

기초종목, 특히 투기종목을 꺼리고 선수층이 얇아지는 상황에서 인프라 확충이나 환경 개선은 꿈도 꿀 수 없었다.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삼성생명)나 류한수의 뒤를 이을 차세대 자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레슬링협회는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최근까지 불필요한 집안싸움에 매달렸다. 올해 초 불가리아에서 열린 올림픽 쿼터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을 때조차 일부 인사들은 서로 편을 가르고 책임을 미루기에 바빴다. 전 집행부와 현 집행부가 대립한 협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데,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지금이라도 명확히 현실을 점검하고 철저히 대안을 마련해야 3년 뒤를 기약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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