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끼얹네요”…MBC 이번엔 마라톤 막말

입력 2021-08-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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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 경기 도중 케냐 출신 귀화선수 오주한이 13,6km 지점에서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잠시 멈춰 서 있다. 결국 15km 지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기권한 그를 향해 MBC 윤여춘 해설위원은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해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시청자 비판을 받았다. 사진출처|MBC 중계화면 캡처

지상파 3사 ‘2020 도쿄올림픽’ 결산

남자 마라톤 오주한 중도포기하자
윤여춘 위원 선 넘은 멘트로 논란
강승화 아나, 안산 관련 소신 발언
여자배구 해설위원 눈물중계 감동
2020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치러졌다. 각 방송사는 감염병 확산 탓에 대부분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이번 올림픽의 각 무대를 실시간 중계하며 시청자 시선을 붙잡았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경기 생중계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하지만 개회 첫 날부터 일부 방송사의 중계 행태에 비판이 쏟아졌다.

개회식부터 마지막 경기 중계까지 비난
비판과 비난은 폐막일인 8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남자 마라톤 경기 도중 케냐 출신 귀화선수인 오주한(33·청양군청)이 허벅지 통증으로 기권하자 MBC 윤여춘 해설위원은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찬물을 끼얹어”라며 “이럴 수가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에 정병문 캐스터가 “메달도 중요하고 레이스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건강상태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큰 탈 없었으면 좋겠다”며 수습해야 했다. 이에 시청자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 MBC는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 최악의 순간으로 비판을 자처했다. 7월23일 개회식 선수단 입장 순서에서 일부 국가를 소개하며 부적절한 자막과 영상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에 체르노빌 원전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자막과 사진을, 아이티를 소개하면서는 ‘대통령 암살’ 등을 올렸다. 또 다른 국가 소개에서도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자막과 영상이 잇따랐다.

이에 국내 시청자는 물론 해외 주요 언론들도 비판적 보도를 쏟아냈다. 그럼에도 7월25일 축구 대한민국과 루마니아 전에서는 자책골로 실점한 루마니아 선수를 가리켜 ‘고마워요’라는 자막을 활용해 빈축을 샀다. 잇단 논란과 비판에 이튿날 박성제 MBC 사장이 ‘대국민 사과’해야 했다.

“꿈을 향해 노력한 인간…” 시청자 공감

일부 방송사의 올림픽 중계방송이 불러온 논란과 비판 속에서도 각 중계진이 빛을 발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감동적인 멘트를 통해 시청자 가슴을 울렸다.

강승화 KBS 아나운서는 7월29일 안산(20·광주여대)이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3관왕에 오르자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 선수, 그 자체를 보고 계십니다”고 말했다. 안산에 대한 일부 누리꾼의 ‘온라인 혐오’에 대한 일갈로 비치며 박수를 받았다.

7일 남자 근대5종 경기에서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근대5종을 묵묵히 뒤에서 열심히 했는데 오늘 그 빛을 발했다”며 울먹여 시청자 공감을 쌓았다. 이에 남현종 캐스터는 “누군가는 이변이라 부르겠지만 이변이 아니라 자신들이 준비하고 흘렸던 땀방울의 정당한 대가이다”고 화답했다.

여자배구와 펜싱 경기 중계에 각각 나선 KBS 한유미·MBC 황연주, SBS 원우영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선전에 눈물을 내비치며 역시 시청자의 감정과 어우러졌다. KBS 박찬호 야구 해설위원은 7일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지명타자 강백호(22·kt wiz)가 더그아웃에서 껌을 씹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되자 “이러면 안 된다. 더그아웃에서 계속 파이팅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중계방송 제작진의 노력과 애정에 시청자들은 시청률로 화답했다. 이번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순간은 6일 열린 여자배구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으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률은 38.1%(이하 닐슨코리아)였다. 뒤이어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루마니아 전이 33%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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