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자긍심과 위용은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6개국이 출전한 2020도쿄올림픽에서 4위로 밀려났다.
경기 내용, 특히 투수력에서 세계 수준과 격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대회 한국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5.34였다. 2.93의 일본과 차이가 컸다. 이번 올림픽을 포함해 일본과 상대전적(19승18패)에서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 덕분이었다. 실력이 뛰어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일본야구에선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구리바야시 료지, 모리시타 마사토(이상 히로시마 도요 카프) 등 구위와 변화구 구사능력이 모두 뛰어난 20대 초반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제경쟁력까지 입증했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타도 일본’을 외치지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과거와 지금은 분명 다르다. 뼈를 깎는 노력을 바탕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대회를 결산하며 “선발투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표(KT 위즈),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 젊은 선발투수들이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호투한 사실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마운드 구성의 다변화에도 실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술판을 벌였다가 대표팀에서 자진사퇴한 박민우(NC 다이노스), 한현희(키움 히어로즈)의 대체자 선정은 불펜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여기서 우완 정통파 오승환(삼성 라이온즈)과 좌완 정통파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을 뽑았다. 고영표가 선발로 나서면서 최원준(두산 베어스)을 제외하면 불펜에 언더투수는 없었다. 우완 정통파 6명, 좌완 3명, 사이드암 2명의 분포는 다양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상우(키움), 고우석(LG 트윈스) 외에는 시속 150㎞대의 강력한 공으로 상대를 제압할 불펜 자원이 부족했다.
꽤 독특했던 이번 대회의 토너먼트 방식에 따라 한국은 분명 이득을 본 측면이 있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패하고도 2경기를 더 치르며 동메달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마운드가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다. 부족한 자원으로 돌려 막아야 하는 한국으로선 경기수의 증가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5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은 마지막 결승전까지 마운드의 힘을 뽐냈다. 일본은 더 이상 정신력으로 넘어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열세를 인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이 일본의 금메달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것처럼 고통스럽더라도 말이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경기 내용, 특히 투수력에서 세계 수준과 격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대회 한국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5.34였다. 2.93의 일본과 차이가 컸다. 이번 올림픽을 포함해 일본과 상대전적(19승18패)에서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 덕분이었다. 실력이 뛰어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일본야구에선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구리바야시 료지, 모리시타 마사토(이상 히로시마 도요 카프) 등 구위와 변화구 구사능력이 모두 뛰어난 20대 초반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제경쟁력까지 입증했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타도 일본’을 외치지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과거와 지금은 분명 다르다. 뼈를 깎는 노력을 바탕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대회를 결산하며 “선발투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표(KT 위즈),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 젊은 선발투수들이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호투한 사실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마운드 구성의 다변화에도 실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술판을 벌였다가 대표팀에서 자진사퇴한 박민우(NC 다이노스), 한현희(키움 히어로즈)의 대체자 선정은 불펜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여기서 우완 정통파 오승환(삼성 라이온즈)과 좌완 정통파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을 뽑았다. 고영표가 선발로 나서면서 최원준(두산 베어스)을 제외하면 불펜에 언더투수는 없었다. 우완 정통파 6명, 좌완 3명, 사이드암 2명의 분포는 다양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상우(키움), 고우석(LG 트윈스) 외에는 시속 150㎞대의 강력한 공으로 상대를 제압할 불펜 자원이 부족했다.
꽤 독특했던 이번 대회의 토너먼트 방식에 따라 한국은 분명 이득을 본 측면이 있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패하고도 2경기를 더 치르며 동메달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마운드가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다. 부족한 자원으로 돌려 막아야 하는 한국으로선 경기수의 증가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5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은 마지막 결승전까지 마운드의 힘을 뽐냈다. 일본은 더 이상 정신력으로 넘어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열세를 인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이 일본의 금메달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것처럼 고통스럽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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