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신답게 만든 기록…손아섭, 누구도 못 오른 꼭대기 이정표 되어간다

입력 2021-08-17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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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평범한 땅볼 타구 하나에도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 그렇게 내야안타가 1년에 5개씩만 더해져도 10년이면 50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가 된다. KBO리그 최연소·최소경기 2000안타 대기록은 타고난 재능에 독기와 땀이 더해져 완성된 결과다. 손아섭(33·롯데 자이언츠)의 시선은 이제 아무도 등정하지 못한 꼭대기를 향한다.

14일 잠실 롯데-LG 트윈스전. KBO리그 역사가 새로 쓰였다. 2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장한 손아섭은 1회초 1사 1루 첫 타석에서 3루 측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누구도 예측 못한 타이밍. 손아섭은 여유 있게 1루에 안착했다. 프로 입단 첫해, 개명 전 손광민의 이름으로 데뷔전이었던 2007년 4월 7일 수원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뒤 2000번째 대기록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만33세4개월27일, 1636경기만의 기록. 장성호(34세11개월)와 이병규(1653경기)의 최연소·최소경기 2000안타 기록을 동시에 새로 썼다.

가장 손아섭답게 완성한 대기록이다. 손아섭이 때려낸 통산 2001개의 안타 중 내야안타는 285개(14.2%)다. 투지 넘치는 전력질주가 아니었다면 손아섭의 안타시계는 1716개에 머물렀을 것이며, 당연히 최연소·최소경기 신기록도 없었다. 올해도 내야안타 22개로 이 부문 1위. 혹자는 내야안타의 생산력이 홈런을 비롯한 장타에 비해 떨어진다며 가치를 깎으려 하지만, 손아섭은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매 순간 전력으로 질주했다. 최연소·최소경기 2000안타는 타고난 콘택트 능력에 땀과 투지, 자기관리가 더해진 산물이다.

이미 KBO리그 역사를 세웠지만 앞으로 더 많은 봉우리가 남아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박용택(은퇴)이 보유한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2504개) 기록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이 모든 목표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는 KBO리그 최초 3000안타 달성이라는 타이틀까지 노리고 있다. 손아섭은 “KBO리그 레전드 선배들과 함께 이름을 올려 영광”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이왕이면 KBO리그 역사 맨 위에 자리할 기록을 세우고 싶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긴 여정을 출발하겠다. 매 타석 소중하게 생각하다보면 3000안타도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아무도 못 밟은 3000안타 고지를 향한 손아섭의 걸음이 빨라질수록,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롯데 영광의 순간도 조금씩 가까워질 것이다.

2000안타라는 결과보다 그걸 쌓아올린 과정이 더욱 박수 받을 타자. 손아섭의 투지는 첫 안타를 신고했던 2007년 4월 7일 손광민 시절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말처럼 한 타석 한 타석이 소중한 KBO리그 최고 교타자는, 아무도 등정한 적 없는 봉우리 향한 이정표를 한 글자씩 적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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