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사인으로 상처받고 굳게 새긴 다짐, KT 루키가 그리는 ‘그날’

입력 2021-08-1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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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지명성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1군 3경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사령탑도 만족을 표했지만, 정작 본인은 발전 위한 과제를 찾은 것 같다며 이를 더 악물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예쁘게, 씩씩하게 잘 던지네.”


2020년 11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KT 위즈의 마무리캠프. 이강철 감독의 시선은 앳된 소년에게 고정됐다. 고교 졸업식도 치르지 않은 시기에 프로팀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신인은 사령탑이 강조하는 패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1군 기회에서 후회 없이 모든 것을 보여줬다. 물론 지명성(19·KT)은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더 많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KT에 입단한 지명성의 올 시즌 목표는 ‘몸만들기’였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당시 “1년 보여주고 다치는 것보다 처음에 몸을 잘 만들어서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기회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전반기 막판이었던 7월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특별엔트리로 콜업됐고, 2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데뷔전까지 치렀다. 후반기 시작도 1군에서 맞이했고, 2경기 등판해 2이닝 3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15일 지명성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장점을 확인했다. 이제 힘만 붙이면 더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작 선수는 얻은 것보다 얻어야 할 것을 더 강조했다. 지명성은 “보완할 점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몸쪽 승부를 거의 안 했다. 이제 2군에서 몸을 만들어 몸쪽 승부도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KT 지명성의 카카오톡 프로필. 지명성은 1군 데뷔전이었던 7월 9일, 첫 승을 거둔 8월 13일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첫 삼진 기념구까지 벌써 세 개나 받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에피소드도 있다. 평소 절친했던 신일고 동기 김휘집(19·키움 히어로즈)과 맞대결을 펼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정규시즌 순위경쟁이 한창일 때 서로 “KT가 2위 한다”, “키움이 2위 한다”며 장외 응원전을 펼치던 사이다.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11일 고척에서 열린 맞대결 하루 전 김휘집은 지명성에게 “너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홈런 친다”고 호언장담했다. 웃으면서 타석에 들어섰지만 결과는 삼진. 지명성은 “타자는 세 번 중 한 번만 쳐도 이기는 거니까 놀리고 싶은 걸 참았다”며 웃었다.


지명성에게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연쇄사인’이다. 배명중~신일고를 졸업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소년’이었다. ‘직관’을 가 TV로만 보던 선수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했으나, 매몰차게 무시당했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명성은 “야구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떠올렸다. 자연히 자신에게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는 팬이 생긴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생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지기 전 몇몇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경험도 생겼다. 지명성은 “사인을 하면서도 정말 영광스러웠다”며 “정말 정성스럽게 해드렸다. 받는 분들도 기분 좋겠지만, 사인을 하면서 나 스스로도 자부심이 생겼다. 더 열심히 해서 야구를 잘한 뒤 그 자부심을 자주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실력과 팬 존중을 두루 갖춘 ‘연쇄사인마’. 지명성은 그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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