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4사, 5조 적자→4조 흑자…‘탈 정유’로 극적 회복

입력 2021-08-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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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올 상반기 영업이익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 정유 강화
S-OIL, 영업이익 1조 2002억 달성
정제마진 회복 등 하반기 실적 기대
SK도 윤활유 사업 역대 최고 실적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상반기 4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180도 상황이 바뀌었다.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탈 정유 전략에 있다. 전통 주력 사업인 정유 사업 대신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 정유 부분을 강화하며 체질 개선을 이뤄낸 덕분에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S-OIL, 사상 최대 반기 실적 달성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 올해 상반기 가장 좋은 실적을 달성한 곳은 S-OIL이다.

S-OIL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 2002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6년 상반기 1조 1326억 원을 뛰어넘은 최고의 성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조1715억 원이었다.

S-OIL은 “중질유 가격 약세로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좋지 않아 경제성이 낮은 역내 정제설비들은 가동률을 낮췄지만,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에서 중질유를 원료로 투입해 휘발유와 프로필렌(석유화학 원료)을 생산함으로써 최대 가동을 지속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석유화학 복합시설의 운영이 안정화되면서 수익 창출원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석유화학, 윤활 등 비정유부문이 반기 영업이익의 58.8%(7057억 원)를 합작했다.

S-OIL 후세인 알 카타니 CEO.



취임 2주년을 맞은 후세인 알 카타니 CEO의 위기대응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알 카타니 CEO는 2019년 6월 취임 직후 석유화학 복합시설의 준공식을 갖고 연말에 상업 가동을 개시했다. 대규모 설비의 운영 안정화, 공장 전체의 최적화, 효율성 향상 등 경제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S-OIL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던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송용 연료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정제마진 또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OIL은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샤힌(Shaheen, 아랍어로 매를 의미)’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수소연료전지 기업 투자 등 신사업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SK이노, 3년 만에 상반기 매출 1조원 돌파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상반기 2조 2149억 원 영업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1조 90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윤활유 사업과 손익이 크게 개선된 배터리 사업이 이끌었다. 윤활유사업은 정유사 가동률 축소 등 타이트한 기유 수급 상황으로 인해 마진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전 분기 대비 894억 원 증가한 226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9년 자회사로 분할한 이후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이익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석화·윤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64.4%로 절반을 넘어섰다.

배터리사업은 신규 판매물량 확대로 매출액 630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매출액(3382억 원) 대비 약 86% 증가하며,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5236억 원에 이어 2분기 6302억 원을 달성해 2분기 연속 5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상반기 최초로 매출액 1조 원(1조 1538억 원)을 돌파했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흑자전환

GS칼텍스도 상반기 영업이익 1조 118억 원을 달성했다. 1분기 6236억 원에 이어 2분기 37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역시 석유화학 부문이 영업이익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 2분기 정유 부분 영업이익은 1343억 원에 그쳤지만, 석유화학 부문에서 전 분기 대비 94.6% 늘어난 856억 원, 윤활유 부문에서 27.3% 늘어난 159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정유 부분의 부진을 만화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 678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의 54.4%가 석화·윤활유 부문에서 나왔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85%를 차지하고 있는 정유부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대로 줄이고, 친환경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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