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리 장애’ 루나, 33전13승 반전 질주

입력 2021-08-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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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한계 극복하고 감동 안긴 경주마들

몸값 970만원의 78배 상금 수득
루나 감동 실화 영화 ‘챔프’ 제작
라갓, 시력 장애 딛고 우승 26회
작은 체격 시비스킷, 美 희망으로
경마는 기수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경주마가 가진 탁월한 신체조건의 하드웨어와 운동능력이 경주의 승패를 더 좌우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경주에서 말의 비중이 70%, 기수능력이 30% 라는 ‘마칠기삼’이란 말이 팬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마의 상식을 깨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신체 조건으로 전설의 레이스를 펼친 말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루나부터 이탈리아의 라갓, 미국의 시비스킷이 경마 역사에서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주인공들이다.

2007년 KRA컵 출전한 루나.



왼쪽 앞다리 장애 이긴 루나

2003년 경주마 경매장에 왼쪽 앞 다리에 장애가 있는 말 루나가 등장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 말은 970만원이라는 당시 최저가에 간신히 낙찰되었다. 이성희 마주와 김영관 조교사는 이때 루나와 인연을 맺었다.

루나는 2004년 부산경남 모의경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뒷다리를 절어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천장관절 인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경주마로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지 의심될 정도의 희귀질환이었다.

큰 기대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2005년 9월 30일 제10경주로 루나의 데뷔전이 열렸다. 경주 전 인기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던 루나는 중위권을 유지하다 마지막에 바깥쪽에서 치고 들어와 결승선을 50m 앞두고 1위로 나서 우승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루나의 기적같은 질주가 시작됐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열린 첫 대상경주인 경상남도지사배에서 1회와 2회를 모두 우승했고, 제3회 KRA컵 마일까지 우승하는 등 5년 동안 33전 13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에 루나가 벌어들인 상금은 7억6000만 원. 경매 당시 몸값 970만원의 78배에 달하는 액수다.

루나는 8살이 되어 5년의 경주마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 경주에서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루나의 감동 실화는 이후에 영화 ‘챔프’로 제작됐다.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루나의 은퇴경기가 등장한다.

한국마사회는 암말 명마로 이름을 남긴 루나의 업적을 기리고자 2020년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의 첫 관문인 ‘루나 스테익스’ 경주를 신설했다.

경주마 라갓 동화.


시력장애 극복한 이탈리아의 라갓

이탈리아 경주마 라갓(Laghat)은 20 03년 태어나 2006년 데뷔했다.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였고, 왼쪽 눈도 시력을 95% 상실해 경주는커녕 일상적인 활동도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말이었다. 라갓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9년 동안 123회 출전해 26번의 우승과 10 만 파운드가 넘는 상금을 획득했다.

2015년 11월 라갓이 은퇴할 때는 그가 데뷔했던 경마장인 산 로소레 경마장에서 은퇴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라갓의 이야기는 이후에 이탈리아에서 동화책으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에게도 사랑받는 말이 됐다.

1940년 산타 아니타 핸디캡 경주 우승마 씨비스킷.



대공황 시절 희망 전해준 미국 시비스킷

미국에도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낸 역사적인 경마 ‘콤비’가 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시름에 잠겨있던 미국인들에게 매 경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경주마 시비스킷(seabiscuit)이다. 시비스킷은 체격도 작고 체중도 적은 데다, 자는 것을 좋아하고 난동만 피울 줄 아는 말썽쟁이에 불과했다. 시비스킷의 첫 트레이너는 그를 “죽을 정도로 게으름뱅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교사 톰 스미스가 시비스킷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마주를 설득해 80 00달러에 구입했다. 그리고 권투 선수 출신의 기수 레드 폴라드와 짝을 지었다. 권투와 기수 생활을 병행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오던 폴라드는 복싱으로 인해 한쪽 눈을 실명한 상태였다.

톰 스미스는 고급 건초를 먹이고 잠도 충분히 재우며 숨은 재능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시비스킷의 성장은 놀라웠다. 1937년부터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더니 1938년에는 미국 경마를 지배했다. 그의 우승 소식은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아돌프 히틀러보다도 많은 지면을 차지하기도 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시비스킷과 레드 폴라드는 1940년 캘리포니아 산타 아니타 핸디캡 경주에서 우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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