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슬럼프도 웃어넘기는 한화 김태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입력 2021-08-24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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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연.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태연(24)은 1군에 첫발을 내디뎠던 2017년 6월 21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을 앞두고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한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상대 투수의 변화구를 받쳐놓고 칠 정도로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퓨처스(2군)팀 스태프의 평가를 받고 1군에 올라왔던 터였다.

훈련을 마친 그가 남긴 첫 마디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렇게 떨리진 않아요. 재미있어요. 무조건 열심히 뛰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이상군 당시 한화 감독대행(현 천안북일고 감독)은 김태연의 볼을 쓰다듬으며 “벌써 스타가 됐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8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한 그는 첫 타석에서 신재영(현 SSG 랜더스)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2점홈런을 터트렸다. 지금도 회자되는 ‘데뷔타석 초구 홈런’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다.

그랬던 그가 다시 주목을 받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육군 탄약병으로 현역 복무를 마친 뒤 돌아와 맹타를 휘두른 덕분이다. 데뷔타석 초구 홈런 이후 별다른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탓에 잊혀졌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야구가 떠난 적은 없다. 2018시즌 막판에는 순발력을 강화하기 위해 퓨처스에 머물던 2개월 동안 체중을 무려 12㎏이나 감량했고, 2019시즌을 앞두고는 “지금의 경쟁구도는 팀에 플러스 요인”이라는 말로 마음을 다잡았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조용히 해뜰 날을 기다렸다.

지난 2017년 6월 21일 인터뷰 당시의 김태연. 스포츠동아DB



전역 후 퓨처스리그에서 기회를 노리던 그는 기존 4번타자 3루수였던 노시환의 늑골 부상 이탈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시작부터 임팩트가 대단했다. 첫 3경기에서 12타수 9안타(타율 0.750), 4타점을 몰아쳤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그에게 4번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타구의 질과 타석에서 대처하는 능력 등 무엇 하나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19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3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3볼넷)로 침묵했다. 어렵게 1군에 올라온 선수는 한번 좋았던 감을 잃어버리면 이를 되찾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타석 이후 1523일만의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살아났다.

궁금했던 점은 따로 있었다. 방망이가 침묵했을 때 불안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언제나 그랬듯, 김태연은 의연했다. 한층 더 성숙해진 느낌도 묻어났다. “첫 3경기에서 빗맞은 안타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후 3경기에선 잘 맞은 타구가 잡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안타가 나오지 않더라도 인플레이 타구를 최대한 많이 만들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 그의 인플레이 타구 비율은 72.4%에 달한다.

“아직 4번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던 그가 상향 조정한 목표는 하나다. “처음에는 안타를 20개만 치자고 생각했는데, 이제 40개도 가능할 것 같다.” 7경기 만에 애초 목표치의 60%(12안타)를 해낸 그의 표정에 여유가 묻어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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