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KOVO컵에서 확인된 여자배구의 새 트렌드

입력 2021-08-30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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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통산 4번째 우승으로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가 29일 막을 내렸다. 많은 감독들이 예상했던 대로 가장 안정된 전력의 현대건설과 GS칼텍스가 우승을 다퉜지만 10월에 개막하는 정규리그는 새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외국인선수다.

이전 시즌과 달리 각 팀은 새 외국인선수가 포함된 상태로 연습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코로나19 탓이다. 미리 잡아둔 연습경기마저 모두 취소됐다. 이 바람에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의 말처럼 상대 외국인선수를 실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무성한 소문만 나돌 뿐이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의 역할인 이들이 포함된 채로 실력을 겨뤄봐야 진정한 예측이 가능한 가운데 신생팀 AI 페퍼스의 가세로 시즌이 36경기로 늘어났다. 6경기 추가는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이전보다 선수들의 체력부담이 훨씬 커졌고 부상 위험도 높아졌다. 소수의 베스트멤버에 의지하기 보다는 풍부한 뎁스를 가진 팀이 더 유리한 상황변화다.


그동안 V리그의 대부분 감독들은 새로운 시즌에 들어갈 때마다 스피드와 변화를 외쳤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외국인선수에게 많은 것을 책임지는 배구를 해왔다. 그런데 KOVO컵은 외국인선수가 불참하면서 감독들이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했다. 덕분에 플레이의 변화가 더 확실하게 보였다. 많은 변화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플레이가 파이프공격이다. 리시브를 가담하는 레프트가 전위의 센터와 동시에 시간차 공격을 시도하는 중앙후위공격은 요즘 배구의 상징이다. 그동안 후위공격은 외국인선수의 전유물이었지만 이번에는 많은 팀의 토종 선수들이 시도했다. 비록 올림픽에서 브라질이 구사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하여튼 실전에서 토종 선수들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했다.

새 트렌드는 외국인선수의 기량과도 관련이 있다.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 비대면 방식으로 선발한 외국인선수의 기량이 이전보다 떨어진다고 감독들은 판단한다. 그래서 이들의 공격비중을 줄이는 방법으로 파이프공격을 많이 선택했다. 이 공격옵션이 추가되면 외국인선수에게 집중되는 블로킹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생긴다. 대신 토종 레프트의 체력과 공격기량 향상은 필요하다. 많은 팀들이 시즌을 앞두고 레프트 보강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세터의 연결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패스가 공 1개 정도는 낮아졌다. 도로공사가 대표적이고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스피드 배구를 원한다. 좌우의 날개에서 빠른 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KOVO컵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현대건설 황연주는 “세터의 패스가 빨라지면 공격수는 먼저 떠서 공을 기다려야 한다. 비시즌 때 이를 위한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플레이는 B퀵의 사용이다. 그동안은 네트 가까이서 A퀵을 속공의 주요 옵션으로 했지만 점점 속공 연결거리가 길어졌다. 네트에서 떨어진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속공을 시도하는 팀도 있다. 센터들도 이 같은 패스에 호흡을 맞추기 위해 푸시공격을 더 자주 시도했다. 센터의 많은 이동은 파이프공격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외국인선수가 출전하지 않으면서 현대배구의 흐름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만일 V리그에 외국인선수가 없다면. 혹은 외국인선수가 1명이 아니라 2명 혹은 3명일 동시에 뛸 경우 어떤 모습의 배구가 나올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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