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희·정해민 깜짝승…경륜 ‘특선 2진’의 반란

입력 2021-09-0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경륜 경주에서 특선급 선수들이 우승후보를 따돌리는 등 이변이 속출 중이다. 사진은 광명스피돔에서 특선급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김희준도 SS반 신은섭 제치고 우승
존재감 낮아진 강자들…세대교체론
3∼4년차 이상 90년대생 선수 주목
경륜에서 특선급 경주는 우승후보를 중심으로 2위 선수만 찾으면 되기 때문에 팬들이 비교적 쉽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요즘은 2위 다툼을 벌이는 선수들의 기량차도 크지 않은 데다, 이들이 강력한 우승후보인 간판급 선수들을 따돌리는 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선 2진급’으로 불리는 선수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8월 22일(광명 34회 3일차) 일요 특선 결승에서는 그동안 ‘만년 도전세력’으로 꼽히던 김관희가 한 바퀴 선행으로 나서 우승후보 황인혁, 정하늘을 따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쌍승식 96배가 발생했다.

2019년 7월 낙차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는 큰 부상(고관절골절)을 당했던 김관희는 이후 예정된 결혼까지 미루면서 재활과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날 경주에서 자신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같은 세종팀 황인혁을 꺾어 더 화제를 모았다. 경기 후 김관희는 “너무 감격스럽다. 최근 지구력을 보완해 뒷심이 붙은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김관희에 이어 그 다음 주에는 정해민과 김희준이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광명 5경주에 출전한 정해민은 SS반 진입을 앞둔 황승호를 따라가다가 가볍게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벌어진 6경주에서는 김희준이 역시 SS반인 신은섭을 반바퀴 이단 젖히기로 제압했다.

김희준은 팬들 사이에서 ‘경륜 변방’으로 불리는 금정팀 소속이다. 출전 경주 대부분 연대세력이 없는 열악한 대진표의 연속이었기에 이날의 값진 승리는 경기 후에도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임채빈이 가세하면서 기존의 경륜 판도를 바꾼 것에 원인이 있다”고 꼽았다. ‘괴물신인’ 임채빈이 기존 대세 정종진과 투톱 체제를 형성하면서 과거 대우받던 기존 강자들의 존재감이 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제 “임채빈, 정종진이 아니라면 해볼만하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경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휴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에게 매 경기 성적과 상금의 의미가 이전과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순위욕심이 커지고 절실해졌다.

마지막으로 세대교체론도 변화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경륜계를 주름잡던 1987년생들의 나이가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운동선수로는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는 연령이다. 반대로 1990년대 생들은 이제 기량이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대부분 호쾌한 자력승부를 선호해 앞으로 이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 특선에서 믿을만한 선수는 임채빈, 정종진 뿐”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창현 최강경륜 발행인은 “철옹성과도 같은 SS반도 이젠 서열 정리가 되면서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고, 그동안 2착에 만족하던 선수들이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며 “데뷔 3∼4년차 이상인 90년대 생, 특히 자력 승부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주목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범 기자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