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는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1승1패로 탈락했다. 비록 키움의 가을은 저물었지만 이정후의 포효만큼은 선명히 남았다. 이정후는 1일 1차전 4-4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2루에 안착한 뒤 3번이나 포효했다. 평소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이정후답지 않은 모습. 경기 후 인터뷰에서 머쓱해하면서도 “상상은 하고 있었다. 내가 칠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아서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정후의 세리머니는 타 팀에도 화제가 됐다. 중계를 지켜본 고우석(LG 트윈스)은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웠는데 ‘이게 야구다’ 싶었다”고 밝혔다. 평소 절친한 사이인 이정후의 세리머니에 대해선 “첫 번째까진 멋있었다. 하지만 두세 번째는 과했다. 담 걸리는 것 아닌가 싶었다”면서도 “선수로서 정말 멋졌다”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지현 LG 감독 역시 “단기전에선 벤치에서 기 싸움도 절대 뒤져선 안 된다. 누구를 떠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며 선수들이 기를 맘껏 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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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PS)의 세리머니는 짜여진 각본이 화제였다. 키움의 ‘K-세리머니’, 두산의 ‘셀카 세리머니’, KT 위즈의 ‘비상 세리머니’ 등이 최근 2년을 수놓았다. 안타를 친 선수는 물론 벤치에서 지켜보는 이들까지 한데로 묶는다는 의미다.
올해는 ‘단체 세리머니’의 자리를 개인의 돌발행동(?)이 채우고 있다. 누구도, 심지어 당사자조차 예상하지 못하는 퍼포먼스. 정교함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 짜릿함만큼은 가을의 쌀쌀한 날씨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하다. KBO의 적극적인 통제로 육성응원이 가득했던 1차전에 비해 2차전에서 함성은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의 짜릿함까지는 그 누구도 억누를 수는 없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