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도 못 막는 포효와 탄성! 그 순간, 가을 체감온도는 한여름 [PS 리포트]

입력 2021-11-04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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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가장 결정적 순간에 한방을 터뜨리는 타자 또는 이닝을 끝내는 투수. 스포트라이트를 오롯이 받을 수 있는 순간이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포효는 지켜보는 모두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육성응원을 금지하는 탁상행정. 결정적 순간의 탄성은 통제불가 영역이다. 그 안에서 올 가을 체감온도는 한여름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1승1패로 탈락했다. 비록 키움의 가을은 저물었지만 이정후의 포효만큼은 선명히 남았다. 이정후는 1일 1차전 4-4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2루에 안착한 뒤 3번이나 포효했다. 평소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이정후답지 않은 모습. 경기 후 인터뷰에서 머쓱해하면서도 “상상은 하고 있었다. 내가 칠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아서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정후의 세리머니는 타 팀에도 화제가 됐다. 중계를 지켜본 고우석(LG 트윈스)은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웠는데 ‘이게 야구다’ 싶었다”고 밝혔다. 평소 절친한 사이인 이정후의 세리머니에 대해선 “첫 번째까진 멋있었다. 하지만 두세 번째는 과했다. 담 걸리는 것 아닌가 싶었다”면서도 “선수로서 정말 멋졌다”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지현 LG 감독 역시 “단기전에선 벤치에서 기 싸움도 절대 뒤져선 안 된다. 누구를 떠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며 선수들이 기를 맘껏 펴길 바랐다.

스포츠동아DB

김재환(두산)도 달라졌다. 짜릿한 홈런 이후에도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베이스를 도는 타입인데, WC 결정전에선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부터 껑충껑충 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태형 감독도 “액션이 없는 선수인데, 후배들 잘 다독이면서 끌고 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PS)의 세리머니는 짜여진 각본이 화제였다. 키움의 ‘K-세리머니’, 두산의 ‘셀카 세리머니’, KT 위즈의 ‘비상 세리머니’ 등이 최근 2년을 수놓았다. 안타를 친 선수는 물론 벤치에서 지켜보는 이들까지 한데로 묶는다는 의미다.

올해는 ‘단체 세리머니’의 자리를 개인의 돌발행동(?)이 채우고 있다. 누구도, 심지어 당사자조차 예상하지 못하는 퍼포먼스. 정교함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 짜릿함만큼은 가을의 쌀쌀한 날씨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하다. KBO의 적극적인 통제로 육성응원이 가득했던 1차전에 비해 2차전에서 함성은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의 짜릿함까지는 그 누구도 억누를 수는 없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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