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의심했습니까, 역시 가을에는 정수빈입니다 [준PO 스타]

입력 2021-11-07 1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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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준PO 3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초 2사 만루에서 두산 정수빈이 3타점 3루타를 날린 뒤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두산 베어스 정수빈(31)에게는 기분 좋은 예명이 하나 있다. 바로 ‘정수빈은 가을의 영웅’을 뜻하는 ‘정가영’이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3차전까지 통산 포스트시즌(PS) 76경기에 나선 경험도 대단한데, 이 기간 타율도 0.307(270타수 83안타)로 훌륭하다. 결정적 수비로 승리를 이끈 것까지 고려하면 가을야구에서 그의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정수빈이지만, 올해 정규시즌에선 큰 시련을 겪었다. 104경기에서 타율 0.259(313타수 81안타), 3홈런, 37타점, 12도루로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0.282)을 밑도는 성적을 거뒀다. 8월까지는 0.197로 2할이 채 되지도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이례적으로 2군에 보내 휴식을 취하게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6년 56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첫해부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버틴 정수빈의 ‘클래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9월 이후 타율 0.297로 살아나더니 가을야구를 시작하자마자 언제 부진했냐는 듯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배트가 춤을 추니 최고 강점인 외야수비까지 살아났다. 역시 가을에는 정수빈이었다.

이날 준PO 3차전은 정수빈의 모든 능력치가 발휘된 한판이었다. 1회초 선두타자 안타를 기록한 뒤 홈을 밟으며 기분 좋게 출발하더니 2차례 호수비로 두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의 타구를 멋진 다이빙 캐치로 건져낸 데 이어 3-1로 앞선 3회말 구본혁의 안타성 타구도 다이빙하며 잡아냈다.

하이라이트는 5회초이었다. 팀이 6-1까지 격차를 벌린 2사 만루서 이정용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3타점 우익선상 3루타로 연결했다. 사실상 이날의 승부를 가른 한방이었다. 몸쪽 공을 힘 있게 잡아당겨 우익선상의 장타를 생산하는 콘택트 능력이 빛난 장면이었고, PS 통산 최다 타이인 5번째 3루타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패배를 직감한 LG 팬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정수빈은 이날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의 맹활약으로 팀에 10-3 승리를 안겼다. 이번 준PO에서만 13타수 6안타(타율 0.462), 5타점을 기록한 그에게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타이틀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투표 72표 중 56표, 77.8%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1루수 땅볼을 친 그에게 두산 팬들이 보낸 기립박수는 ‘MVP’라는 외침으로 들렸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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