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진제공|블루텍
정부는 신속한 요소수 수입을 위해 군 수송기를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2만 리터는 요소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요소수가 필요한 경유 화물차만 약 200만대인데 2만 리터는 약 2000대에 1번씩 넣을 수 있는 분량이다.
●정부, 요소수 수급 위해 가용 외교채널 총동원
정부는 중국 외에 호주, 베트남 등 요소수 수입 대체국으로부터 물량 확보를 위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중국 정부에 수만 톤 수준의 요소 기 계약분을 중심으로 신속한 수출통관 절차 진행을 요청하는 외교적 협의를 추진 중이다. 또한 호주, 베트남 등 요소 생산 국가와 연내 수천톤 규모의 요소·요소수 도입을 위해 협의 중이다.
재정·세제 지원에도 나선다. 수입대체에 따른 초과비용 및 물류비 보전 지원과 함께 할당관세(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낮춰 주는 제도)를 조속히 시행한다. 신속통관과 검사기간 단축을 위해 ‘긴급통관지원팀’을 운영하고, 차량용 요소수 검사기간도 기존 20일에서 3~5일로 단축한다. 조속한 품질 검사를 위해 시험평가기관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요소·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고시
정부는 요소·요소수 등의 매점매석과 불법 유통 등 시장교란 행위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요소·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8일부터 시행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했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중고거래사이트 등 시중에서는 10리터 당 1만 원 안팎이던 요소수 가격이 10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는 약 1만여 곳의 요소수 및 요소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불법 유통 행위를 단속한다. ▲요소 수입업체 90여 곳 ▲요소수 제조업체 47곳 ▲수입업체 5곳 ▲중간유통사 100곳 ▲주유소 1만 곳 등이다.
환경부는 경유차 요소수 제조·수입·판매 영업행위, 산업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요소 수입업자를 단속한다. 요소수 가격 담합 단속에 공정거래위원회, 요소수 입고·재고·출고 현황과 매입·판매처 확인에 국세청 등도 참여한다. 단속에는 관계부처 공무원 31개조 108명이 투입되며, 경찰 공무원도 단속에 함께 나선다.
매점매석 행위가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고발 조치되며,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요소수를 기준에 맞지 않게 제조하거나 검사를 거부·방해·기피한 경우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장기적 대책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국내 요소생산설비 확보방안과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안정화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요소수 없이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대체 촉매제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요소수 대체재로 쓰이는 암모니아수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도 확대할 예정이다.
●가시적 성과 없으면 품귀 사태 장기화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요소수의 생산 원료인 요소 재고량은 이달 말이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부가 요소·요소수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당장 다음달부터 물류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대형 화물차의 경우 300~400km마다 요소수를 보충해줘야 하며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화물차 운행이 불가능하다.
대중교통의 핵심인 버스 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를 사용하는 디젤 버스는 약 40%인 2만여 대에 이른다. 버스업체들은 대체로 이달 말까지 운행 가능한 요소수만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통학차량, 학원차 등 일부 전세버스 등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내에는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중국이 요소 수출 금지를 해제하도록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빠르고 유일한 해법이다.
▲요소수란?
요소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요소(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드는 촉매제다.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정화시키기 위해 탑재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사용된다. 2015년 1월부터 모든 디젤차에 SCR 장착이 의무화됐으며 요소수가 없으면 승용차의 경우 시동이 안 걸리고, 화물차는 출력이 저하되도록 설정돼 있어 사실상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