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몬트리올 동메달과 배구 엔터테인먼트산업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1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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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V리그 남자부 7개 구단 사무국장들이 11일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실에 모였다. 주제는 ‘남자배구의 인기를 어떻게 높이느냐’였다. 통상적으로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V리그가 개막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2020도쿄올림픽 등의 여파로 프로야구 일정이 늘어지는 바람에 V리그도 큰 영향을 받았다.
그동안 V리그는 모든 경기의 생중계 원칙을 지켜왔다. 전 세계 어느 리그보다도 TV 생방송 횟수가 많고 이를 잘 이용해온 V리그지만, 프로야구 시즌과 겹치면서 남자부가 피해를 봤다. 1라운드 21경기 중 9경기가 TV로 생중계되지 않았다. 반면 여자부는 1차례의 지상파 중계를 포함해 전 경기가 안방으로 생생히 전달됐다. 방송사들은 지난 시즌부터 높은 시청률이 보장되는 여자프로배구를 더 선호한다. 이 바람에 남자부 1라운드가 역대급 이변의 속출 속에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이를 실감하는 사람은 적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겨울스포츠 종목들이 경쟁하는 시점에서 시청률을 봐야 모든 것이 명확해지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지금 남자부의 시청률이 지난 시즌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여자부의 시청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 도쿄올림픽 후광효과로 해석된다. 이는 경기 수준과는 관계가 없다. V리그 출범 초기 남자배구의 보조 역할이었던 여자배구의 급격한 인기상승은 이제 하나의 현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에 남자부 구단들과 KOVO도 대책을 찾으려고 한다. 국제대회 경쟁력 약화, V리그를 상징하는 슈퍼스타의 부재가 현재까지의 진단이다. 문제는 해법이다. KOVO와 구단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생각하는 방안은 한·일 올스타전과 같은 국민적 관심을 끌 국제대회 창설, 요즘 인기 있는 젊은 선수들의 집중적인 소셜미디어(SNS) 및 방송 노출, 경기 수준을 높이기 위한 외국인선수 자유계약제도 복귀, 유소년클럽 육성, 2군제도 도입 등이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지, 아니면 복합처방이 필요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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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기라는 것은 거품과 비슷해 언제 또 대중의 취향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대한민국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0개가 넘는 실업배구팀이 ‘백구의 대제전’에 참가하는 등 대단했던 기세가 6년도 되지 않아 남자배구에 인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당시를 기억하는 김건태 KOVO 운영본부장은 “모든 사람을 사로잡는 슈퍼스타의 꾸준한 등장과 수준 높은 경기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인기는 언제든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일단 KOVO와 남자구단들이 할 일은 관중 분석이다. 요즘 여자배구를 보는 사람들이 누구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아내 남자배구에도 적용한다면 인기회복에 들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경기에서 이기면 관중이 들어오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 여자배구 팬들은 선수들을 마치 연예기획사에서 육성한 아이돌로 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자구단들도 아이돌을 보유한 연예기획사처럼 운영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는 순간 프로배구는 진정한 배구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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