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더 힘 뺀 가을 좀비, KT ‘역시프트’는 또 다른 그물망 [베이스볼 브레이크]

입력 2021-11-15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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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분석팀과 코칭스태프가 매일 밤 머리를 맞대다시피 하며 내야 전역에 그물망을 설치했다. 수년간 호흡을 맞추며 누적한 데이터는 무기이자 자부심이다. 하지만 올 가을, 그 올가미를 포기했다. 강점을 고집하기보다는 상대에 따라 대처를 바꾸는 카멜레온 전략. KT 위즈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서 꺼내든 ‘역시프트’는 또 다른 그물망이 될 전망이다.

KT는 14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S 1차전에서 4-2로 이겨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7.2이닝 7안타 8삼진 1실점 역투로 역사적 첫 승을 이끌어냈다. 쿠에바스의 등 뒤 7명의 야수들은 촘촘한 수비 그물망을 형성하며 에이스를 도왔다.

주목할 것은 선수들의 배치였다. KT는 정규시즌 내내 과감한 내야 시프트를 시도했다. 전력분석팀과 코칭스태프가 미팅을 거듭하며 구축한 데이터에 입각해서다. 투수 입장에선 시프트로 잡아낸 타구보다 정위치면 잡았을 타구가 더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KT 투수진 대부분은 시프트에 별다른 반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KS에서 시프트를 포기한 이유는 결국 ‘역시프트’였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트래킹 데이터로 수집한 타구분포를 살펴보면, 올해 정규시즌 두산의 타구방향은 밀어 친 타구의 비중이 적었다. 밀어 친 타구의 비중은 20.1%로 당겨 친 타구(37.6%), 가운데 타구(42.4%)보다 덜했다. 힘껏 당겨 치는 두산 타자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담긴 데이터다.


포스트시즌(PS)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두산 타자들은 힘을 빼고 안타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밀어 친 타구의 비중이 늘어난 이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두산 타자들의 밀어 친 비율은 24.2%까지 늘었다. 김재환(15.6%→21.4%), 박건우(22.6%→30.4%), 허경민(18.6%→46.7) 등 주축타자들 대부분 밀어 치는 타구의 비율이 늘었다.

KT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은 이 4.1%의 변화에 주목했고, 결국 야수들 대부분을 정위치에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KS 1차전에 앞서 “전날(13일) 수비코치, 전력분석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재환이 상대 때 정도를 빼면 시프트를 안 할 생각이다. 우리 생각대로 준비해 안타를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1차전에선 이 전략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두산은 결정적 실책 2개를 범하는 등 전반적으로 내야진이 어수선했기에 뚜렷하게 비교됐다. 이 감독은 1차전 후 “우리가 실책을 하지 않은 것이 승리 요인이다. (심)우준이나 (박)경수를 비롯한 야수들이 수비에서도 여유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시즌 내내 성공을 거뒀던 데이터를 포기할 수 있는 용기. 이 감독이, 그리고 팀 KT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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