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에 선물한 우승과 KS MVP…효도한 것 같네요” [우승 인터뷰①]

입력 2021-12-01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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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워낙 정신이 없던 탓에 부모님께 제대로 인사 한번 못했다. 우승을 목전에 둔 시점은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으나 불의의 부상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생애 첫 팀 우승과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안겨드리는 데 성공했다. 박경수(37·KT 위즈)는 “모처럼 효도한 것 같다”며 웃었다.


KT는 11월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S 4차전에서 8-4로 이겨 시리즈 4전승, 창단 첫 정규시즌-KS 통합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박경수는 생애 첫 KS에서 당당히 MVP를 수상했다. 타격에서는 3경기 타율 0.250(8타수 2안타), 1홈런을 기록했지만 1차전부터 엄청난 수비로 시리즈 흐름을 가져왔다. 3차전 도중 종아리 비복근 부분파열상을 입어 아웃됐지만 후배들은 공백을 1경기로 줄였다.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1일 만난 박경수는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고 입을 뗐다. 이강철 감독이 “매번 우승을 하면 ‘이것 때문에 이렇게 힘들었구나’라는 감정이 들어 허무하다. 그러면서도 재충전하게 된다”고 말한 것을 전하자 “감독님께서는 워낙 많이 우승을 하신 분 아닌가. 난 처음이라 그런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기 최면까지 건다”고 웃었다.

KT 박경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부모님께도 인사를 전했다. LG 시절부터 고생했던 아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했기 때문에 감격은 더욱 컸다. KS를 앞두고 제대로 식사 한번 못했던 아들은 활약으로 보답할 생각이었다. 공교롭게도 4차전 당일이 모친의 생일이었다. 환히 웃고 싶었으나 전날(3차전) 부상으로 낙마. 하지만 4차전 승리로 우승과 MVP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다. 박경수는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후배들 덕분에 효도했다”며 “어머니께서도 ‘KS 우승과 MVP만한 선물이 어딨겠나’라고 하셨다. 우승 후 찾아뵈며 인사드리고 맛있는 저녁도 함께 했다”며 웃었다.


지금 박경수는 소셜미디어(SNS) 삼매경이다. 매일같이 우승 장면 사진을 게재하며 팬들과 소통 중이다. 언제나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뭔가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우리가 바닥일 때부터 응원해주신 팬들께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우승 직후 팬들께서 ‘KT 팬이라 자랑스럽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해주셨다. 창단 초기 우리가 부진할 때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고 격려해주신 분들이다. 감사함이 정말 크다. 코로나19 때문에 뭔가를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이렇게라도 기쁨을 같이 교감하고 싶다. 우리와 함께 웃고 눈물 흘리신 분들 아닌가. 아마 스프링캠프 전까지는 꾸준히 사진을 업로드할 것 같다.”


어느 순간 이 벅참을 리셋하겠지만, 그 전까지 박경수는 챔피언의 여운을 즐길 참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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