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니폼 입는 158㎞ 투수, “못하면 책임질 때…자신감 찾았다” [SD 인터뷰]

입력 2021-12-02 10:1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이동원이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20시즌 투구하던 모습. 이동원은 10년째 자신을 괴롭히던 제구라는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 스포츠동아DB

최고구속 158㎞까지 찍는 강속구 투수. 여기에 단순히 공만 빠른 것이 아니라 회전수나 수직 무브먼트 등 구위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숙제였던 제구를 입단 10년간 좀처럼 풀지 못했다. 방출 후 새 팀으로 이적. 이동원(28·롯데 자이언츠)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롯데는 2일 이동원과 박승욱(29)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박승욱은 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를 진행할 때 초반부터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고 통과 사실이 알려졌으니 공식 발표 차원이다. 이동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11월 19일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된 그에게 롯데가 가장 먼저 손을 뻗었고, 입단 테스트 과정을 거쳐 계약을 맺었다. 롯데는 “향후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영입을 결정했다. 빠른 구속이 장점인 만큼 퓨처스리그 경기에 자주 투입해 실전감각부터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입 발표 직후 연락이 닿은 이동원은 “두산에서 10년간 있으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못하면 나가야 되는 건 프로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다. 기대해준 구단과 팬들에게 보답을 못해 죄송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이었다. 그때 롯데에서 감사한 기회를 줘서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영입의 이유는 결국 구속이었다. 150㎞대 후반의 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희소성이 있다. 다만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실전이라는 판단이다. 이동원의 마지막 공식 등판은 4월 28일. 이후 팔꿈치 근육 손상을 입어 재활에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통증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이다. 롯데에선 1이닝씩이라도 꾸준히 던지며 감각부터 끌어올릴 참이다. 이동원은 “다치기 전에도 155㎞ 이상은 꾸준히 찍었다. 지금은 통증이 아예 없다”며 몸 상태를 자신했다.


결국 관건은 제구다. 이동원은 두산 시절 1군 1경기(2020년), 2군 54경기에 등판했다. 1군 경기는 표본의 가치가 없지만, 2군에서는 54경기서 4승3패7홀드 평균자책점 11.60을 기록했다. 문제는 45이닝에서 내준 100개의 볼넷. 이동원과 롯데 모두 단점은 분명히 알고 있다. 이동원은 10년간 자신을 괴롭힌 제구 앞에서 오히려 부담을 덜어냈다.


“프로에서 난 컨트롤이 없다고 소문 나있다. 다만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다. 매번 이상한 데 공을 던지는 건 아니다. 약간의 기복이 남았지만 고칠 수 있다고 믿는다. 20대 초반엔 이게 굉장한 스트레스였는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못하면 책임질 나이 아닌가. 내 경우에 제구는 결국 기술적인 문제보단 심리적인, 자신감의 차이 같다. ‘볼볼’ 하면 벤치의 눈치부터 봤다.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바꾸고 싶다. 목표는 다치지 않고 1군에 올라가는 것이다.”


고향인 포항을 떠나 홀로 야구 유학에 나선 시간. 이동원은 “이제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있겠다”며 웃었다. 변화는 때론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동기부여는 10년 묵은 숙제를 해소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흔한 방출선수의 이적처럼 다가올 수 있는 소식, 이동원은 지금 자신을 믿는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