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 신사 신영철 감독이 경기 중 ‘버럭’한 까닭은? [V리그]

입력 2021-12-15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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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들은 소속팀의 중추다. 높은 공격 점유율을 보이며 팀 공격을 주도한다.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그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감독의 뜻대로 안 되는 게 선수다. 부상을 당하거나 성격이 안 맞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이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위권 팀을 살펴보면 대부분 외국인선수의 부진과 연결된다.

3라운드를 거치며 V리그 감독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 구단이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다.

14일 우리카드에 패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히메네즈가 결장한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4연패다. 외인의 공백이 커 보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인 없이 국내선수들만으로 버텼지만, 결국 최하위 우리카드에 지고 말았다. 히메네즈는 허벅지 근육 부상이 도져 엔트리에서 빠졌고, 이번 주 출장도 힘들다. 구단은 교체도 검토 중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보이다르 뷰세비치(세르비아)는 기량 미달로 퇴출됐다. 대체선수로 영입한 히메네즈도 기대에 못 미쳤다. 최 감독은 “감독이 외국인선수를 뽑고 관리를 잘해서 선수들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탄력을 받게끔 만들어줬어야 했다”며 국내선수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우리카드의 고민거리도 외인이다. 이날 우리카드는 5연패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1, 2세트를 연거푸 따낸 뒤 3세트에는 선수들의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어이없는 범실도 나왔다. 게다가 알렉스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4세트도 줄곧 5~6점을 앞서가다가 순식간에 따라잡혀 듀스 접전을 벌였다. 4세트를 내줬으면 6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경기 내내 애가 탔다. 꾹 참다가 4세트 도중에는 선수들을 크게 꾸짖었다. 신 감독은 “경기 초반 서브 공략 등으로 잘 풀어갔다. 그런데 3세트부터 벤치에서 지시한 대로 안 갔다. 방향이 다른 곳으로 가다보니 리듬도 흐트러졌다”며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느니 그냥 호통을 한 번 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중 호통을 친 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특히 마뜩찮게 생각하는 게 알렉스의 행동이다. 신 감독은 “(알렉스가)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다. 그렇다고 선수랑 싸울 수도 없지 않나.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스는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코트에서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신 감독은 알렉스가 감정조절을 못해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평소 이미지와 달리 경기 중 ‘버럭’이 나온 것을 보면 신 감독의 속이 얼마나 타들어갔는지 짐작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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