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부터 운동·9개 구단에 직접 연락…자존심 버린 18년차 베테랑, LG 품으로 [SD 인터뷰]

입력 2021-12-22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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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진성이 22일 잠실구장에서 계약을 마무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성은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으며 작은 보탬이라도 되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창단부터 함께 하며 우승을 경험한 팀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아파할 새도 없었다. 18년차 베테랑의 자존심은 뒤로 하고 나머지 9개 구단 모두에 직접 연락을 돌렸다. 그 절실함을 LG 트윈스가 확인했다. 김진성(36)은 리그 최강 불펜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새벽부터 운동하며 연락 돌린 베테랑의 감격

LG는 22일 불펜투수 김진성의 영입을 발표했다.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히어로즈를 거쳐 2011년 말 창단 멤버로 NC 다이노스에 합류했다. 2차례 방출 아픔을 겪었으나 NC에선 달랐다. 올해까지 통산 470경기에서 32승31패34세이브67홀드, 평균자책점(ERA) 4.57로 든든한 척추 역할을 해냈다. 다만 올해는 42경기에서 2승4패1세이브9홀드, ERA 7.17로 아쉬움을 남겼고, 시즌 후 방출됐다.


김진성은 방출 통보를 받은 직후 9개 구단에 연락을 돌렸다. 대다수의 구단 감독, 단장 혹은 운영팀장과 인연이 없었지만 어떻게든 수소문해 자신을 소개하고 기회를 부탁했다. 모두가 거절했을 때, 차명석 LG 단장이 손을 내밀었다. 2주 전부터 이천에서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이상이 없자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진성은 “한 달 넘게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알림 하나만 와도 마음을 졸였다. LG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이 오자마자 전화를 받은 것 같다. 죽기 살기로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차 단장은 “몇 년 더 야구할 수 있도록 잘해달라”는 격려를 남겼다.


소속팀은 없었지만 데뷔 후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방출 후 당장 몸을 만들 곳도 없었다. 김진성은 NC에 선수들의 훈련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도움을 청했다. 구단에서 흔쾌히 허락했지만, 선수들을 피해야 하니 새벽 4시쯤 기상해 5시부터 몸을 만드는 스케줄을 반복했다. 그는 “일찍 일어나봐야 7시 정도였는데 처음 소화하는 스케줄이었다”면서도 “그 덕에 LG에서도 몸 상태를 좋게 본 것 같다.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NC 시절의 김진성. 스포츠동아DB

리그 1위 불펜, 베테랑의 경험이 더해진다면?

LG는 올 시즌 불펜 ERA 3.28로 리그 1위였다. 클로저 고우석을 축으로 정우영, 이정용, 백승현 등 젊은 필승조가 가득하다. 김진성 입장에서는 1군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김진성이 한창 때 기량을 다시 보여주며 1군에 연착륙한다면 LG 입장에서도 경험 많은 불펜 자원을 추가하게 된다.


김진성은 “내가 봐도 LG 불펜이 정말 강하다. 그들만큼 잘한다는 생각보다는, 아주 작고 궂은 역할부터 내가 맡겠다는 생각이다. 시즌이 끝난 뒤 ‘김진성 데려오길 잘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다짐했다. 18년차 베테랑이지만 이날 계약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을 때, 자신에게 인사를 해온 김현수 정우영 등을 보며 “슈퍼스타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김진성은 그 일원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천에서 몸을 만들던 당시, 김경태 퓨처스팀 투수코치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했는데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공이 좋아졌다. 김진성도 집에서나 숙소에서 연습을 이어가면서 김 코치에게 영상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 등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잠실구장을 쓰게 돼 투수로서 유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솔직히 그런 걸 신경 안 쓴다. 구장이 어디든, 투수에게 어떤 환경이든 그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금은 그저,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NC는 창단부터 함께 한 팀이다. NC 팬들께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LG라는 팀은 내게 정말 큰 기회를 줬다. 경기에 나서든, 나서지 못하든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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