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뜬 별’ 이재성 “유럽 도전? 망설이지 말고 실천하라”

입력 2021-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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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쉴 틈 없이 초록 그라운드를 누볐다. 화려한 영광도 있었지만 혹독한 역경과 시련도 있었다. 한국축구의 확실한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이재성(29·마인츠05)은 늘 한결같은 마음가짐과 자세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K리그1(1부) 전북 현대에서 181경기(31골·44도움)를 소화한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2(2부) 홀슈타인 킬에서 104경기(23골·25도움)를 뛰었고, 2021~2022시즌 입단한 마인츠(1부)에선 벌써 17경기(2골·2도움)를 뛰며 ‘에이스 본능’을 한껏 뽐내고 있다.

‘월드컵의 해’를 앞두고 스포츠동아는 이재성과 원격 인터뷰에 나섰다. 서른 즈음에 유럽 빅리그에서 당찬 걸음을 내디딘 그의 독일 여정, 2022카타르월드컵을 앞둔 포부, 친정팀 전북의 리그 5연패 등을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꿈만 꾸지 말고 도전하라!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이 홀슈타인 킬로 떠났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독일행 이유는 간단했다. 도전이었다. 안정적 삶은 중요하지 않았다. 분데스리가2에서 환상적 퍼포먼스를 펼친 그는 오랜 시간 꿈꾸고 동경한 최고의 무대로 향할 기회를 얻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많은 후배들이 유럽에 나오는 데 기여하고 싶다. 기회가 있다면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려고 했다. 2부리그에서 끝났다면 울림이 없었겠으나, 2부를 거쳐 빅리그로 향하는 희망을 심어주게 돼 기뻤다. 막연히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당연히 쉽진 않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팀에 녹아들기 위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1부는 2부와 크게 달랐다. 기술과 피지컬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한 주씩, 매 경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킬에선 주전경쟁을 걱정하지 않았는데, 마인츠는 혹독하다. 팀 훈련도 어렵고, 개인적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앞으로 이뤄야 할 꿈을 향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그는 “좋은 리그의 장점을 부지런히 배워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 전수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나와 ‘벤투호’는 더 강해진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경험한 이재성은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과를 노린다. 순탄하게 계획대로 흘러가는 아시아 최종예선이 더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온통 중동국가들에 둘러싸인 조 편성을 보며 조금 걱정했다. 우리는 월드컵에 무조건 진출해야 할 국가다. 부담과 압박이 컸다. 다행히 생각보다 훨씬 빨리 통산 11번째 본선행에 가까워졌다. 지금 우리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동료들처럼 이재성도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강조해온 빌드업 축구와 전방위적 압박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원의 한 축을 맡은 그의 임무가 막중하나 혼란은 없다.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의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이 신뢰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펼칠 철학과 스타일을 모두가 이해한다. 최고의 무대에서 최선의 과정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고 싶다. 월드컵 직전 사령탑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체성과 방향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은 ‘이게 우리 축구’라는 걸 공유하고 있다.”

부상과 페이스 저하라는 갑작스러운 변수가 없는 한, 이재성의 월드컵 출전은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부끄럽지 않은 ‘전북 맨’으로!
이재성이 소속팀 경기를 준비할 때 못지않게 정성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친정팀 전북의 경기를 챙겨보는 일이다. 적지않은 시차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를 확인하며 울고 웃는다.

그런 간절함과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일까. 전북은 울산 현대의 도전을 따돌리며 2021시즌에도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을 증명했다.


“지금도 전북을 떠올리면 자부심이 생기고 어깨가 올라간다. 이곳 동료들에게 전북 자랑을 자주 한다. 내가 떠난 뒤에도 꾸준히 위상을 잃지 않고 정상을 지키고 있어 흐뭇하고 정말 행복하다. 어려움을 딛고 최선을 다해 놀라운 결실을 맺은 선후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재성은 ‘자랑스러운 전북 맨’을 약속했다. 자신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성장시켜준 팀에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 기억되려고 한다. “전북은 내가 없어도 항상 강하다. 내가 받은 과분한 애정에 보답하려면 더 잘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팀이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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