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만 끝나는 숨바꼭질 (ft.내 집 앞 악마들) (그것이알고싶다)

입력 2021-12-31 10:0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스토킹 및 보복 범죄 피해자들의 일상을 살펴보고,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공포와 고통의 무게를 짚어본다.


● 죽어야만 끝나는 숨바꼭질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10일 밤 신 씨(가명)는 평소처럼 집에 있던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통화를 하던 아내가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주는 소리가 들렸고, 그 후 아내의 비명이 이어졌다. 이날 열린 현관문을 통해 느닷없이 집안으로 들이닥친 괴한은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절박했던 상황은 당시 통화 중이던 남편 신 씨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신 씨 신고로 경찰이 바로 출동했지만, 안타깝게도 아내는 목숨을 잃었고 어린 아들은 중태에 빠졌다. 평온했던 일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무자비한 살인자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왜 그토록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전화상으로 들리는 게 ‘무릎 꿇어’. 그러니까 저희 와이프가 ‘살려주세요’ 하고 비명을 한 세 번 지르더라고요.” - 피해자 남편 신 씨(가명) -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4일 만에 살인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26세 이석준. 그는 놀랍게도 신 씨 딸이 위협을 느껴 신변보호를 요청하게 만든 가해자였다. 신 양(가명)을 감금, 폭행한 것은 물론 살해 위협까지 했다는 이석준. 살인사건이 있기 나흘 전, 그는 신 양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신고당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석준은 신 양 고향집까지 집요하게 찾아내 범행을 벌였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가해자가 찾을 수 없도록 꼭꼭 숨어야만 했던 피해자. 하지만 이를 비웃듯 피해자 가족의 목숨을 빼앗아간 가해자. 신변보호를 받을 정도로 예견된 위험이었지만 비극을 막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 보이지 않는 악마와의 사투, 그 치열한 현장

피해자들은 신변보호 제도가 있음에도 끝없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 때문에 온전한 일상을 살 수 없고, 결국 삶이 파괴된다는 피해자들. 과연 피해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제작진은 그 공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금도 스토커와 끈질긴 사투 중인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중에서도 인터넷에서 먹방을 하고 있는 나리 씨는 제작진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방에 카메라 있는 건 모르네’ 나리 씨는 가해자가 보낸 소름 돋는 협박성 문자 메시지부터, 그동안 가해자가 집 주변에 출몰했던 증거 사진까지 가해자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놓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가해자의 위협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해야만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리 씨가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음에도, 또한 범죄 행위임에도, 도대체 가해자는 왜 위협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제작진은 나리 씨와 함께 가해자의 위협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집을 떠나 캠핑을 하던 나리 씨 주변에 나타난 수상한 차량이 나타났다. 한밤중 캠핑장 주변을 맴도는 수상한 차량을 확인하기 위한 아찔하고도 위험한 추격전. 보이지 않는 막연한 공포 속에서 쫓기기만 하던 나리 씨가 이번에는 스토킹 증거를 잡을 수 있을까.

“근데 뭔가 사건이 터지거나 제가 다치기 전에는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거잖아요.” - 나리 씨


● 불편은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가 - 피해자 VS 가해자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이후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피해자들의 신고 건수도 5배 정도 증가했고,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경찰도 연이은 스토킹 강력 범죄 사건에서 드러난 부실한 대응을 인정하며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과연, 이런 노력으로 피해자들의 공포는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새벽에 베란다 창문을 넘어 방안으로 침입한 남자가 바로 옆집에 계속 살고 있다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어야 할 가해자가 버젓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위급 상황에 스마트워치를 눌렀지만 벌써 피해보는 상태가 된다면... 제작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자신의 집에서도 위협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어느 곳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공포 속에서,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숨어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범죄 피해로 신변보호를 받고 있지만, 본인의 잘못인 것처럼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피해자들. 반면, 접근금지명령 정도는 과태료만 내면 된다며 법을 비웃듯 자유롭게 피해자 주변을 맴돌고 있는 가해자들. 현재의 신변보호 제도는 범죄 피해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또한, 혹시 일어날 수 있는 강력 범죄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10일 신변보호 중 발생했던 송파구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한편, 스토킹 및 보복범죄 피해로 인해 신변보호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이 느끼는 공포와 고통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목숨 건 숨바꼭질은 누군가 죽어야만 끝이 나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피해자들을 지켜낼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