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④‘루지, 스피드를 즐겨라!’ 최고 속도를 위한 스포츠과학지원

입력 2022-01-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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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은 기록경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찰나의 순간 승부가 갈린다. 그 중에서도 하얀 설원을 질주하는 스키, 새처럼 겨울 하늘을 날아오르는 스키점프, 빙판 위를 총알처럼 질주하는 썰매 등은 인간의 질주 본능을 자극,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속도에 대한 최상의 황홀함을 선사한다. 특히 루지는 썰매 위에 누워 메이저리그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와 비슷한 약 시속 150㎞로 주행하는 썰매 종목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실제 주행 시 중력가속도 5g에 해당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제트기에서나 느낄 스릴과 쾌감을 제공해준다. 루지는 빠른 속도로 코스를 주행하는 만큼 급격한 방향전환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히 발생, 부드럽고 정밀한 방향 조절 능력이 필수다.

동계올림픽에서 루지는 1000m~1500m 길이의 코스에서 레이스가 이루어진다. 남녀 1인승, 남자 2인승 그리고 팀 계주로 나뉜다. 개인 종목은 총 4회의 시도에 대한 합산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2인승은 총 2회 시도에 대한 기록을 합산한다. 팀 계주는 여자 1인승, 남자 1인승 그리고 남자 2인승 순으로 앞 주자가 터치패드를 누르면 뒤를 다음 주자가 출발하는 방식으로 소요시간을 합산한다. 이러한 경기장 환경 및 특성에 따라 선수들은 인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금이나마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한다.


루지의 동작은 크게 스타트-패들링-활주구간으로 구분된다. 스타트 구간은 비슷한 유형의 썰매종목인 스켈레톤과 다르게 조주구간 없이 썰매에 앉은 상태에서 양 측면에 설치된 바를 잡고 썰매를 앞에서 뒤로 강하게 이동시키다 출발하는 특징이 있다. 스타트 구간은 초반 가속도에 영향을 미쳐 최종 경기결과와 상관성이 높다. 남자는 약 23%, 여자는 약 40% 정도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돼 있다.

패들링 구간은 루지 경기의 초반부 속도를 결정짓는 또 다른 구간이다. 팔과 손을 이용해 몸을 앞으로 강력하게 추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스켈레톤의 달리기 구간에 속하며 손으로 지면을 3~5번 패들링 한다. 효과적으로 지면을 밀어내기 위해 손끝에 작은 스파이크가 박힌 특수한 장갑을 착용한다. 패들링 후 급격한 커브 코스로 주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무리 스타트를 좋았다고 해도 패들링 구간에서의 작은 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마지막 활주구간은 중력이 속도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원동력이 되므로 활주 속도를 감소시키는 요인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주구간에서 속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표적으로 공기저항과 얼음과 썰매의 마찰력이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공기와 맞닿는 단면적을 줄이는 것이다. 선수는 썰매와 밀착해 최대한 평평하게 눕고, 발은 앞쪽으로 뻗은 자세를 유지한다. 썰매를 조절하기 위해 머리를 과도하게 들면, 공기와 맞닿는 단면적이 넓어져 공기저항이 증가한다. 이를 방지하게 위해 머리를 최대한 낮게 유지한다. 또한 루지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유니폼과 부츠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제작한다. 헬멧에 바이저라고 하는 유선형의 덮개를 사용, 공기저항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

루지 선수들이 사용하는 썰매의 날은 얼음과 썰매의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아주 얇고 날카롭게 제작한다. 선수들은 방향전환에 따른 마찰력 증가를 방지하고, 이동궤적과 방향전환의 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을 발휘한다.


루지 맞춤형 스포츠과학 멀티지원

루지 경기력 결정 요인을 상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선수들의 현재 체력수준, 스타트 습관, 부상정도, 심리상태 등 다양한 요소의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하나의 요인이 해결됐다고 경기력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대한 경기력과 상관성이 있는 요소를 발견하고 경기력에 부정적인 요소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스포츠과학지원의 첫걸음이다. 봅슬레이·스켈레톤 2018평창올림픽 골드프로젝트스포츠과학 멀티지원체계를 구축, 진행한 경험을 살려 루지종목에 적용했다.

첫 번째 체력적인 부분은 상체의 근파워 향상과 불균형 해소, 그리고 보강훈련에 중점을 뒀다. 앉아서 출발하는 특성상 강한 상지근력과 관절의 가동력 확보는 필수다. 몸통하부의 근육발현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힘을 발휘할 때는 복강압력의 활용도 중요하다. 이러한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상체의 근기능과 암에르고미터를 활용한 파워 변인을 조사했다. 각 관절의 가동성 측정 등을 통해 선수들의 장단점도 파악했다.


측정결과 특이한 점은 바를 당기면서 신전하는 동작이 많아 후면부의 근육이 강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상대적으로 몸통 전면부(복근 등)의 근육이 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신 균형을 위한 코어 보강운동 프로그램과 근파워 향상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또한 시즌을 대비한 주기화 훈련프로그램, 부상 예방과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한 웜업과 쿨다운 프로그램, 어깨 밴드 보강 프로그램 지원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둘째, 스타트 및 패들링 구간의 실시간 영상·데이터 피드백 시스템 구축했다. 정밀한 동작분석을 위한 구간 이벤트 정의를 통해 상관관계를 지속적으로 파악했다. 스타트구간에서 패들링 구간 릴리즈 전 단계를 4개의 이벤트로, 릴리즈 이후의 패들링 구간을 4단계로 각각 구분해 이벤트 국면을 정의하고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벤트 구간별 상체의 각도와 푸시백-풀 구간 시간비교, 패들링 구간별 평균 거리, 시간 및 속도 분석, 썰매 가속도 데이터 및 좌우 흔들림 가속도 추이, 패들링 스윙 가속도 비교 등을 통한 가속도 감속요인의 상관성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최적의 스타트를 위한 몇 가지 중요한 요인들이 발견됐고, 훈련에 적극 반영했다.


셋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돼 올림픽 출전여부도 불투명한 어려운 상황에서 불안감 해소와 포기하지 않은 심리상태 유지를 위한 심리지원이다. 지속적으로 선수들의 상태를 살피면서 심리상담과 멘탈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국외시합 도중 하지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진 A선수는 일시 귀국했다 다시 시합에 참가하는 투혼을 발휘해 결국 올림픽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루지종목 3회 연속 올림픽 전 종목 출전권 획득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스포츠과학연구실 민석기 책임연구위원(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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