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한국쇼트트랙, ‘압도적 레이스’ 시작도 안 했다! [강산 기자의 베이징 리포트]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쇼트트랙대표선수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중국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타국 선수들의 실격 판정을 남발하는 비정상적 흐름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7일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의 거듭된 실격 판정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은 도를 넘은 편파판정과 텃세로 얼룩졌다. 중국 선수와는 작은 접촉이라도 발생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실격 처리될 수 있기에 경쟁국 선수들은 극도로 예민하다.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억울하고 불운하다. 그러나 아직 6개 종목이 더 남아있다.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이르다. 한국쇼트트랙의 우수성을 보여줄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고, 출국에 앞서 언급했던 “실격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압도적인 레이스”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편파판정의 피해를 본 남자 1000m의 좌절은 실력이 아닌, ‘응원전’과 ‘조작’에 당한 것이니 고개 숙일 이유가 전혀 없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쇼트트랙대표팀 이소희 코치는 “선수들도 중국의 텃세를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했다”며 “특히 접촉과 관련해 정말 많이 준비했다. 아웃코스를 돌 때나 인코스에서 빠져나올 때도 최대한 접촉을 줄이고자 많은 연습을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이상의 판정이다. 어제(7일) 남자 1000m에선 스치지도 않았는데, 실격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최민정(성남시청) 또한 “속도와 컨디션에는 큰 이상이 없다”며 남은 경기에서 활약을 다짐했다.

9일에는 남자 1500m 메달 레이스가 펼쳐진다.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스포츠토토)의 3명이 나선다. 설욕전이다. 올 시즌 이 종목 세계랭킹 1위로, 7일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줍다시피 한 런즈웨이(중국) 등과 맞선다.


박장혁은 7일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의 반칙으로 넘어지는 과정에서 우다징(중국)과 2차 충돌하는 바람에 왼손이 찢어졌지만, 11바늘을 꿰맨 상황에서도 남은 경기 출전을 강행키로 했다. 개인전 멤버들 중 올 시즌 남자 1500m 랭킹이 가장 높아(3위) 기대가 크다. 스스로도 혼성계주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다. 이 코치는 “(박장혁은) 다행히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선수 본인의 출전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여자 1000m 예선과 3000m 계주 준결선도 9일 열린다. 1000m에는 최민정, 이유빈(연세대), 김아랑(고양시청)이 출전한다. 3000m 계주에선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단체전 멤버 서휘민(고려대)과 박지윤(한국체대)도 출격을 준비한다. 그토록 강조했던 ‘압도적인 스케이팅’으로 ‘비정상’에 맞서면 된다. 실력으로 이기는 것만큼 통쾌한 장면도 없다.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