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성공에 도취된 설상종목 경쟁력 강화, 이제는 현실이다! [강산 기자의 여기는 베이징]

입력 2022-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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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썰매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쳤다. 남자 스켈레톤에서 윤성빈(강원도청)이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썰매 사상 최초의 메달을 안겼다. 봅슬레이 4인승에서도 원윤종(강원도청)-서영우(경기BS연맹)-김동현-전정린(이상 강원도청)이 은메달을 따냈다. 홈 코스의 이점이 어느 정도 존재했지만, 엄청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빙상에 쏠렸던 메달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4년 뒤인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남자 스켈레톤 10위에 오른 정승기(가톨릭관동대)를 제외하면, 죄다 일찌감치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은 이 종목 12위로 부진했고, ‘원윤종 팀’을 앞세운 봅슬레이 2인승(19위)과 4인승(18위)에서도 메달권에 접근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따낸 9개의 메달(금2·은5·동2)은 모두 쇼트트랙(금2·은3)과 스피드스케이팅(은2·동2)에서 나왔다. 썰매와 스노보드를 비롯한 설상종목, 컬링 등에서 추가 메달을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최지에 관계없이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스 이해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썰매 종목은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반복훈련이 필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훈련환경의 제약도 이번 대회에서 성적이 저조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국내에 갖춰진 훈련시설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은 큰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중국 베이징 옌칭국립슬라이딩센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대회 썰매 종목이 진행된 베이징 옌칭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선수단을 지원했던 김용빈 선수단 부단장 겸 대한컬링연맹 회장도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그는 20일 베이징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옌칭에서 썰매 종목을 관장하며 지켜보니 옌칭슬라이딩센터는 잘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나라(평창슬라이딩센터)보다 2배 정도 돈을 들인 것 같다. 우리는 코로나19 문제도 있었지만, 평창대회가 끝난 뒤 올림픽의 유산이자 좋은 시설을 그냥 방치했다. 1500억 원 땅값으로 지은 시설을 적자를 낸다는 이유 때문에 (평창)군과 (강원)도와 국가가 손실을 이유로 방치했고, 선수들은 연습할 곳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슬라이딩센터의 존재는 스타트 훈련 등 주행능력 이외의 요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해외훈련이 제한된 데다, 국내훈련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한 탓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최고의 강점이었던 스타트 능력을 살리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부단장은 “아시아에선 일본 나가노에도 슬라이딩센터가 있었는데 폐쇄됐다. 옌칭 외에는 사실상 평창이 유일하다”며 “그 슬라이딩센터를 발전시켜도 될까 말까인데 유지조차 하지 못했다. 썰매 종목에서 지금의 (부진한) 성적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에 도취해 발전이 정체된다면 불모지였던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환경이 뒷받침돼야 미래의 자원도 나온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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