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슬롯·운수권 반납”…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조건부 승인

“시장 독점 우려 있어”…조건 부과
미국·EU 등 외국 경쟁당국 승인 남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론은 결국 업계 예상대로 조건부 승인이었다.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양사의 결합으로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국내외 여객 노선에 대해 향후 10년간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과 운수권 이전 등의 조건을 부가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양사가 합치면서 중복되는 노선은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총 119개다. 이중 공정위는 국제선 26개, 국내선은 14개 노선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을 대상으로 신규 항공사나 기존 항공사 증편 시 보유한 국내공항 슬롯 반납을 의무화했다. 또한 26개 국제노선 중, 운항에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노선에 대해 신규 항공사 진입이나 기존 항공사 증편 시 사용 중인 운수권 반납도 의무화했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대한항공은 22일 “결정을 수용하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이제 남은 것은 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다. 현재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8개국은 심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핵심 항공시장인 일본, 중국, 미국과 대양주의 호주, 유럽의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아직 심사를 진행 중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