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을 열심히 뛰게 했던 동기부여와 감동이라는 특효약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3-07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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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스포츠동아DB

지금 V리그는 살얼음판 위에 있다. 많은 팀의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험 속에서 생활한다. 이미 한 차례 잠정 중단됐던 여자부는 또 몇몇 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감염이 나와 제대로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남자부도 마찬가지다. 5일 재개됐지만 언제 어디서 새로운 감염 소식이 또 나올지 조마조마하다.


선수들도 현 상황이 힘들 것이다. 외부생활을 피하고 사실상 감금된 채로 지내지만, 바이러스가 어떻게 접근할지 모르기에 항상 불안하다. 감염됐던 선수들은 “쉽게 볼 게 아니다”고 고백했다. 증세는 저마다 다르지만, 일단 걸리면 호흡이 힘들어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고 일반인처럼 편히 쉬면서 체력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게 프로선수들의 숙명이다. 팬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시즌은 재개됐고, 일정에 맞춰 어떻게든 경기를 치러야 한다.


5일 대한항공을 상대했던 삼성화재 선수들과 6일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선수들의 플레이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았다. 함께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선수들의 몸마저 따라주지 않다보니 여기저기서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힘들더라도 여기서 포기하지는 말자”고 하소연하다시피 했다. 뛸 선수가 부족한 가운데 중증 감염이 많아 몸이 천근만근인 선수들을 다그친다고 달라질 것은 없기에 경기 내내 선수들이 없던 힘을 쥐어짜도록 격려했다.


다른 팀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자부는 산술적으로 모두에게 ‘봄배구’의 기회가 있지만, 선수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힘든 시즌을 소화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선수들에게 목표가 없다면 열심히 할 의지는 사라진다. 그래서 감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는 어떤 식으로든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시몬. 스포츠동아DB


힘든 시기일수록 구단과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열심히 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이는 우승이라는 팀의 공통목표가 될 수도, 다음 시즌 연봉이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될 수도, 선수생활을 이어갈지 여부의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보너스도 좋고, 선수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명분도 좋다. 저마다 처한 사정에 따라 목표는 다르겠지만, 동기부여를 통해 선수들 스스로 열심히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최고의 동기부여는 2015~2016시즌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이 모범사례일지 모른다. 시즌 막판 OK저축은행은 외국인선수 시몬에게 영구결번과 명예 안산시민증이라는 당근을 꺼내들었다. 이미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고, 시즌을 마치면 팀을 떠날 외국인선수에게 돈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기에 선택한 자부심이라는 동기부여는 결국 성공했다. 시몬은 우승컵을 안기고 팀을 떠나겠다는 목표를 스스로 정했고 실행했다.

최근 어느 팀에선 외국인선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가족을 초청하고, 어느 팀은 봄배구에 올라가면 보너스를 주려고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오랜 경험상 이런 일들은 예상하지 못했을 때 해야 효과가 크다. 그런 측면에서 동기부여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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