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이(전 IBK기업은행). 스포츠동아DB
선수이적시장에도 러시아발 태풍은 이미 불어 닥쳤다. 우크라이나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봤다. 이 가운데는 V리그 팬들에게도 익숙한 어나이(전 IBK기업은행)가 있다. 그는 전쟁 발발 전에 자국민을 미리 대피시키려던 미국 정부의 방침에 잘 따라 우크라이나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출국을 미루던 선수들은 전쟁 이후 해외로 나갈 길이 막혀 큰 고생을 했다. 많은 에이전트들이 소속선수를 무사히 탈출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썼다. 또 러시아리그에서 뛰던 많은 유명 선수들 역시 다른 리그로 급히 옮겼다. 2월에 세계이적시장이 크게 들썩였던 이유다.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남자배구시장의 순위도 재편됐다. 이탈리아와 폴란드가 가장 앞서고, 프랑스와 터키가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FIVB가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러시아리그의 선수 이적과 러시아국적 선수의 해외 이적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럽의 일부 팀에선 러시아국적 선수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려고 한다. 터키리그 페네르바체에서 뛰고 있는 라자레바(전 IBK기업은행)에게 닥친 일이다. 이 때문에 몇몇 러시아국적의 선수는 트라이아웃 참가를 앞두고 “V리그도 러시아국적 선수에게 페널티를 줄 것인가”를 묻고 있다.
라자레바(전 IBK기업은행). 스포츠동아DB
러시아가 경제제재의 여파로 디폴트를 선언하면 러시아리그에도 큰 영향을 준다. 팀별로 3명의 외국인선수를 쓸 수 있는 러시아리그에선 국영기업 소유의 5개 팀이 인기구단인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디나모, 카잔, 벨로골 등은 쓸 돈이 없다. 이런 상황이 V리그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리그에서 뛰는 몇몇 선수들은 중국의 유혹을 받고 있다.
남자배구에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은 엄청난 돈과 귀화를 미끼로 러시아리그의 외국인선수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면 한국배구에는 악몽이다.
다만 국제배구시장의 여러 움직임이 V리그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준척급 이상의 선수들이 V리그에 매력을 느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임금체불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혹사 우려가 있는 데다 부상 또는 기량미달로 퇴출될 때 45일치 월급만 받고 떠나야 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선수들도 많다. 이 조항을 놓고 선수가 소송을 걸 경우 국내 구단이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몇몇 구단은 이와 관련한 국제소송도 벌이고 있는데, 결과를 쉬쉬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구단에만 유리한 계약을 FIVB가 인정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