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2시즌 연속 통합우승…대한항공 시대 활짝 열렸다!

입력 2022-04-10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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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우승.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시대가 활짝 열렸다. 2시즌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를 평정했다.

대한항공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프전 3차전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프전까지 거머쥐며 2시즌 연속 통합우승이자,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남자부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PS)을 통틀어 역대 가장 긴 177분(2시간57분)의 혈투 끝에 얻은 우승컵이라 의미는 더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대한항공 외국인선수 링컨(호주)에게 돌아갔다.

대한항공은 남자부에서 삼성화재(2011~2012·2012~2013·2013~2014, 3시즌 연속)에 이어 2시즌 이상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2번째 팀이 됐다. 다른 사령탑의 지휘로 2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에는 로베르토 산틸리(57·이탈리아), 이번 시즌에는 토미 틸리카이넨(35·핀란드)을 사령탑으로 선임해 정상을 차지했다. 삼성화재의 3시즌 연속 통합우승 당시 사령탑은 신치용 감독이었다.

대한항공은 명실상부 V리그 최강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봄배구’가 열리지 않은 2019~2020시즌을 제외하고 2016~2017시즌부터 5시즌 연속이자, 통산 8번째 챔프전에 오르며 V리그를 주도했다. 이런 대한항공의 강점은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며 공격 옵션을 다양화한 것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울고 웃는 것과 달리 대한항공은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들의 조화가 돋보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입견도, 편견도 없었다. 오직 당일의 몸 상태만 보고 선발 라인업을 짰다. 누구나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선수들은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 통합우승 이후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대한항공의 강점은 선수층이 두껍다는 것”이라며 “정상에 가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100% 잘해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주전 세터이자 주장인 한선수는 시즌 도중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후배들에게 ‘팀워크’를 주문했다. 그는 “개인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을 통해 ‘원 팀’은 대한항공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했다.

초반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일로 전열을 이탈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1라운드 2승4패로 부진했다. 조직력이 덜 갖춰진 상태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초반 임시방편으로 꺼낸 카드는 ‘더블 해머(라이트 2명 동시 기용)’ 시스템이었다. 링컨과 프로 5년차 임동혁이 힘을 냈다. 임동혁은 라이트이면서도 리시브까지 챙겨야 했다. 2라운드 4승2패로 반등한 뒤 정지석이 엔트리에 들고, 군 복무를 마친 김규민이 복귀하면서 3라운드부터 전력은 안정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중단된 것은 또 하나의 변수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기간 팀을 재정비했고, 리그 재개 이후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지난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한 ‘원 포인트 서버’ 임재영의 그림 같은 서브에이스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치열했던 6라운드에서 5승1패를 거두며 챔프전에 직행했다.

챔프전처럼 큰 무대에선 ‘경험’이 큰 무기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대부분 봄배구에 익숙하고, 우승 DNA가 강하다.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극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챔프전 2차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도 3차전에서 기어코 분위기를 바꿨다. 손에 땀을 쥐게 한 승부를 펼치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덕분에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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