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부터 손흥민까지…한국축구 센추리클럽 이야기 [스토리사커]

입력 2022-06-08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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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스포츠동아DB

1999년 1월, 한국축구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최고의 테크니션’ 최순호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회원이 됐다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했다. 하지만 이 경사는 오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FIFA는 대한축구협회(KFA)가 보고한 내용을 근거로 발표했지만, 실사를 통해 100경기 출전에 미달된다고 결론 내렸다. KFA가 보고한 최순호의 105회 출전 중 FIFA는 올림픽 예선경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연령제한(23세 이하)이 확정된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이전까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가들은 올림픽 예선에 성인대표팀을 출전시켰다. 사실상 A매치였다. 하지만 FIFA의 판단은 달랐다. 올림픽 예선 및 본선 경기는 1948년 런던 대회까지만 인정했다. 올림픽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유럽의 시각이었다.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다른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의 기록을 무더기로 바꿔야하는 난감한 상황을 FIFA는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수 중 최초의 센추리클럽 회원은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차범근이다. FIFA는 2000년 차범근을 공인했다. 고려대 1학년이던 1972년 5월7일 아시안컵 이라크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1977년 6월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 아시아 예선 홍콩과 경기를 통해 100경기를 소화했다. 당시 24세 1개월로 역대 최연소 센추리클럽 가입이다.

이후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등이 FIFA를 통해 공인 받으며 영광의 얼굴들이 하나둘 늘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축구 훈장과도 같은 센추리클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KFA는 잃어버린 기록을 찾아 나섰다. 특히 ‘올드 스타’들의 기록 찾기에 애를 썼다.

중요한 것은 증빙 자료다. 100경기 이상 뛰고도 기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예전엔 동남아시아 등 국외에서 치러진 A매치의 기록관리가 허술했다. 이에 KFA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에 직원을 파견해 당시 경기기록은 물론이고 언론보도 등을 뒤졌다. 그런 노력 덕분에 김호곤(117경기), 조영증(102경기), 박성화(101경기) 등이 2020년 FIFA로부터 공인을 받았다. 아울러 차범근 등 기존 회원들도 기록을 추가했다.

KFA에 따르면, 국내 A매치 최다 출장자는 136경기의 차범근과 홍명보다. 차범근은 올림픽 예선 6경기가 포함된 기록이다. KFA는 FIFA 기록과 혼선을 막기 위해 올림픽 예선 출전 횟수도 함께 표기하고 있다. 허정무(104경기) 조광래(100경기)에 대해 FIFA는 공인하지 않았지만, KFA는 각각 올림픽 예선 12경기와 6경기를 포함해 센추리클럽 명단에 포함시켰다. KFA는 올림픽 예선 출전과 관련해 FIFA를 꾸준히 설득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손흥민(토트넘)은 6일 칠레와 평가전을 통해 A매치 100경기를 채웠다.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와 평가전(한국 1-0 승리)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12년만이다. A매치 32번째 골까지 터뜨리며 국내 16번째 가입을 자축했다. 또 29세 10개월 만에 영광을 안았는데, 이는 차범근, 김호곤(26세 4개월) 기성용(29세 4개월) 박성화(29세 5개월)에 이어 역대 5번째 최연소 기록이다. 손흥민은 10일 파라과이를 상대로 101번째 A매치에 나선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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