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위해 K리그는 잠시 쉬어가지만, 벌써부터 그 여파가 걱정된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우승 레이스뿐 아니라 순위경쟁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0일 일본 도요타에서 개막하는 동아시안컵에서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1일 이번 대회에 나설 26명의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주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닌 까닭에 소속팀의 협조를 받지 못한 해외파 선수들은 불참한다.

결국 동아시안컵 엔트리는 대부분 K리그 선수들로 채워졌다. 이번에도 특정팀 쏠림현상 속에 각 구단의 희비는 엇갈렸다. 송범근, 김문환, 김진수, 백승호, 김진규, 송민규 등 5명이 뽑힌 전북의 타격이 가장 크다. 3명(조현우, 김영권, 엄원상)이 선발된 울산과 K리그1 우승경쟁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FC서울은 평소보다 차출 인원이 많았다. 기존의 조영욱, 나상호, 윤종규뿐 아니라 이상민, 강성진까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최근 한 달 가까이 K리그에서 승리가 없는 상황에서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김천 상무는 3명(김주성, 권창훈, 조규성)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FC, 강원FC, 포항 스틸러스, 대구FC, 대전하나시티즌(2부)에선 1명씩 차출됐다.

K리그 입장에선 벤투 감독이 야속하다. 동아시안컵 우승을 다툴 일본과 중국은 대부분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9일 공개된 중국대표팀 24인 중 20명은 A매치 출전 경험이 없고, 장광타이(광저우FC)와 탄룽(창춘 야타이)을 제외하면 모두 23세 이하(U-23) 선수들이다. 지휘봉도 리샤오펑 A대표팀 감독이 아닌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U-23 대표팀 감독이 잡는다.

사진출처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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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엔트리를 확정하지 않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지난달 28일 비대면 기자회견을 통해 “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를 되도록 소집하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 중”이라며 2진급 대표팀 구성을 시사했다.

어떤 대회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출전한다는 벤투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2022카타르월드컵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아 동아시안컵을 마지막 시험대로 여기고 있다. 뉴페이스 5명이 눈에 띄지만, 그 외에는 전력을 생각했을 뿐 팀별 선발인원을 안배하는 등의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KFA를 통해 “상대가 어떤 팀이냐, 상대 선수가 어떤 수준이냐에 상관없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20일 중국, 24일 홍콩, 27일 일본과 차례로 맞붙는다. 단기간에 3경기를 치르는 데다 K리그1 22라운드(16일)까지 소화해야 하는 살인일정이다. 심지어 조현우, 김진수, 백승호, 조영욱, 권창훈, 조규성은 ‘팀 K리그’ 소속으로 13일 손흥민의 토트넘(잉글랜드)과 친성경기까지 치러야 한다. 선수들의 혹사, 나아가 K리그 순위경쟁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