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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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잘 싸웠다’고 위로하기엔 중요한 순간 집중력을 잃는 고질병이 또 도졌다. 문제를 확실히 고치고 넘어가지 않으면 패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이 이끄는 여자 축구국가대표팀은 19일 일본 가시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일본에 1-2로 졌다. 후반 14분 지소연(수원FC 위민)이 멋진 동점골을 뽑았지만,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반복돼 경기를 지배하고도 웃지 못했다.

2005년 이후 17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으로선 반드시 이겼어야 할 경기였다. 중국(23일)~대만(26일)전이 남았으나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에 패한 것은 치명적이다.

충분히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경기여서 아쉬움은 더 컸다. 초반부터 일본 선수들을 거칠게 다루며 주도권을 잡았고,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많은 슛을 때리진 못했으나, 공격에서도 긍정적인 장면이 많았다. 후반전에는 한국이 경기를 장악했다. 동점골 상황에서 지소연의 개인 능력이 빛났고, 그 이전에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 전개도 매끄러웠다. 후반 31분 박은선(서울시청) 투입 후 높이를 이용한 패턴도 주효했다.

문제는 수비에 있었다. 전후반 90분을 통틀어 일본의 공격은 그리 날카롭지 않았지만, 한국 수비진의 집중력과 투쟁심이 부족했다. 전반 33분 첫 실점 때 심서연과 장슬기(현대제철)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후반 20분 추가실점 때는 우에키 리코의 드리블 돌파와 나가노 후카의 슛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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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뒷심 부족은 고질적 문제다. 2019년 ‘벨호’ 출범 초기보다 안정감이 생겼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버티지 못했다. 올해 2월 중국과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먼저 2골을 뽑고도 2-3으로 역전패해 우승을 놓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벨 감독은 일본전을 마친 뒤 “늘 그렇듯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며 “올림픽 챔피언과 평가전(캐나다 0-0 무)에서 무실점을 하고 일본에 2골을 내준 게 믿기지 않는다. 일본이 이길 경기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에이스 지소연의 일침은 더 아팠다. “이제 언더독은 그만하고 싶다. 상대 역습을 강하게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 때에 따라 상대를 발로 차고, 깔 줄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의 목표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의 선전이다. 벨 감독이 E-1 챔피언십을 ‘월드컵 준비 과정’이라 규정한 만큼 수비 집중력 문제만큼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