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의 특별 시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 KIA의 배려와 존중

입력 2022-08-21 14: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가을야구를 펼치기 위한 각 팀의 치열한 막판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4위 KT 위즈와 5위 KIA 타이거즈가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났다. 경기 결과에 따라 두 팀의 희비가 크게 갈릴 중요한 일전이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두 팀이 경기 시작에 앞서 연출한 장면은 많은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 개시에 앞서서는 KBO가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선정한 레전드 40인에 뽑힌 이강철 KT 감독(56)의 특별 시구가 진행됐다. 시포자로 나선 이는 김종국 KIA 감독(49)이었다. 이 감독과 김 감독은 KIA의 전신인 해태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이 감독이 현재 KT 지휘봉을 잡고 있으나 ‘해태왕조’의 일원이었던 만큼 김 감독은 대선배 예우 차원에서 포수 미트를 끼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시구가 끝난 뒤 이 감독은 KT 선수들뿐 아니라 KIA 선수들과도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KIA 에이스 양현종과는 뜨겁게 포옹하기도 했다. 양현종은 KIA 프랜차이즈 최다 탈삼진 행진을 진행 중인데, 종전 기록 보유자가 바로 이 감독이다. KIA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해태와 KIA를 대표하는 투수들이라는 점에서도 서로를 각별히 챙긴다.

이런 특별한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KT 프런트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특히 KIA의 배려가 있어 가능했다. 김 감독의 시포는 이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이를 전달받은 KT 프런트가 KIA 프런트에 의사를 물었고, 김 감독은 큰 고민 없이 ‘OK’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KIA 선수들도 팀의 레전드인 이 감독이 리그 레전드로 뽑힌 뒤의 의미 있는 행사에 최대한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감독 입장에선 KIA 구단과 선수단의 배려가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에서 승리를 위해선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격돌해야 하지만, 그 이의 상황에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사구를 맞힌 투수가 모자를 벗어 타자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대표적 사례다. 이게 바로 ‘동업자정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팀 감독을 향한 KIA 선수들의 존중과 배려는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할 만큼 의미가 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