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수비·혼자만의 분노’ 키움의 푸이그 딜레마

입력 2022-08-22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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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은 바쁜데 외국인타자까지 달래야 하나.

키움 히어로즈가 올 시즌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전번기만 해도 선두 SSG 랜더스를 위협하며 1위 등극을 노렸던 팀이 LG 트윈스에 2위 자리를 빼앗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3위 자리마저 내줄 상황에 처했다. 4위 KT 위즈와 격차는 이제 0.5게임에 불과하다.

여전히 터지지 않는 타선, 불안한 마운드 등 키움의 악재는 현재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 와중에 가장 어처구니없이 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32)의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이다.

푸이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100만 달러라는 거액에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 이미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였다. KBO리그에서 뛴 여러 외국인타자들 중에서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출중해 영입 당시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푸이그에게 쏠린 눈길은 단순히 기량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위 ‘야생마’로 불리는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불같은 성미와 성실하지 못한 플레이로 수없이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말썽쟁이’다. 이 때문에 키움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도 끊임없이 우려가 제기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푸이그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멋대로 수비’를 점점 더 많이 펼치고 있다. 20일 고척 SSG전 4회초 1사 1·3루에선 강견을 자랑이라도 하듯, 의미 없는 홈 송구로 1루주자의 추가 진루 빌미를 제공했다. 외야 플라이 상황에서 타구를 따라갈 때 쓸데없이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21일 SSG전에선 체크 스윙 판정에 항의하며 심판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TV 중계화면을 다시 살펴보면 박기택 1루심의 스윙 판정에는 무리한 대목이 전혀 없었다. ‘혼자만의 분노’를 열심히 표출하는데, 선수 한 명을 달래기 위해 감독과 수석코치가 총출동하기까지 했다.

키움으로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푸이그가 후반기(23경기·타율 0.322·5홈런·13타점)에는 전반기(70경기·타율 0.245·9홈런·37타점)보다 향상된 타격 성적을 내고 있지만, 공격지표 외에는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되는 요인을 더 많이 만들고 있다. 팀 성적이 한 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외국인타자까지 어르고 달래야 하는 키움으로선 그야말로 최악의 8월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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