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모녀 구하려다 …‘유희왕’ 작가 사인 밝혀져

입력 2022-10-13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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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유희왕’의 작가 다카하시 가즈키(60)의 사망 원인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지난 7월 6일 오전 10시 30분께 일본 오키나와 현 나고 시 앞바다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장착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현지시각)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스타스 앤 스트라이프스(Stars and Stripes)에 따르면 그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변을 당했다.

사고가 일어난 건 그의 시신이 별견되기 이틀 전인 7월 4일. 오키나와 주둔 미군 소속 장교이자 스쿠버 다이빙 강사이기도 한 로버트 부르조 소령(49)은 당시 거센 물살에 휩쓸려 익사 위기에 처한 11세 딸과 엄마 그리고 미군 한 명을 구했다. 그는 이 공로로 최근 훈장 포상 후보로 선정됐다.

다카하시는 부르조 소령의 구조 활동을 돕는 과정에서 거센 파도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부르조 소령은 “다카하시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나를 도우려다 그렇게 됐다”며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느라 물에 뛰어든 다카하시를 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스킨스쿠버를 위해 오키나와의 유명 다이빙 명소를 찾은 부르조 소령은 이안류에 갇힌 딸을 구해달라는 한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은 해안에서 90m쯤 떨어진 곳이었는데, 11세 소녀와 39세 미군 한명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는 높은 파도를 무릎 쓰고 나아가 소녀를 어렵게 해안 쪽으로 끌고 나왔다. 딸을 구하려 달려든 어머니까지 2명을 구하느라 그는 기진맥진했다.

다카하시는 이 과정에서 부르조 중령을 돕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는 게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부르조 소령은 남은 미군 병사를 구하러 다시 깊은 바다로 들어갔으나 너무 지쳐 자신이 익사할 위기에 처했다. 구하려던 미군을 떼어놓고 한 숨 돌린 그는 힘겹게 그를 얕은 바다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브루조 소령이 3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를 도우려 나선 다카하시는 파도에 휩쓸려 행방불명됐다. 그는 이틀 뒤인 7월6일, 해안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일본 해경은 다카하시가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그가 스노클링 도중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카하시는 1996년부터 일본 주간지인 소년점프를 통해 만화 ‘유희왕’을 연재했다. 한 소년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악마와 카드 게임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다뤘다. 이 작품은 2000년 애니메이션으로 첫 방영됐으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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