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PS 무대에서 첫 불펜 변신 키움 최원태의 희로애락

키움 최원태.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KS)는 KBO리그 최고의 무대다. KS에 자주 나서고, 우승 반지도 여러 개를 가진 선수가 있는 반면 그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기 위해 몇 년을 고생하고도 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그런 의미에서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최원태(25)에게 올해 KS는 더욱 각별하다.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해 마무리투수까지 맡는 등 새로운 경험을 최고의 무대에서 쌓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의 KS 스토리는 ‘해피엔딩’일 수만은 없었다.

시즌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한 최원태는 포스트시즌(PS) 들어 불펜으로 이동했다. 필승조에 포함돼 한 경기에서 멀티이닝까지 소화하며 키움의 KS 진출에 힘을 보탰다.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를 거치며 3개의 홀드도 챙겼다. 그리고 KS에선 마무리투수로 나서 5일 4차전에서 세이브를 신고했다. 페넌트레이스를 포함해 그의 프로 첫 번째 세이브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7일 KS 5차전에선 블론세이브의 쓴맛을 봤다. 4-2로 앞선 9회말 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한 채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했다. 생애 첫 세이브를 기록한지 이틀만의 블론세이브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보직을 단숨에 수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4일 또는 5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르는 스케줄을 반복해온 선발투수가 짧은 이닝이지만 매 경기 등판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을 모두 바꿔야 하는 데다, 심리적 부담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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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원태는 PS 내내 슬기롭게 잘 이겨냈다. ‘이 무대가 끝나면 뒤는 없다’는 생각으로 코칭스태프의 부름에 항상 응답할 수 있도록 등판을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펜투수를 해보니 얼마나 어려운지 확실히 알 것 같다. 불펜투수들에게 더욱 고마움을 느끼게 됐다”며 페넌트레이스 동안 자신의 뒤를 받쳐줬던 동료들을 추켜세웠다.

2019년 생애 첫 KS 무대에선 선발로 등판했다가 2이닝 3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던 최원태다. 3년 만에 돌아온 무대에서 그는 ‘희로애락’을 모두 맛보며 또 한번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