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박용우. 스포츠동아DB

울산 박용우. 스포츠동아DB


포항 스틸러스에 1-4로 완패한 2019시즌 K리그1(1부) 최종전이 펼쳐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기억은 박용우(30·울산 현대)에게는 악몽이었다. 패했어도 더 많은 골을 넣었다면 전북 현대를 다득점에서 따돌리고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42분 울산은 골키퍼 김승규의 어이없는 실수로 허용준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많은 팬들의 뇌리에는 김승규의 스로인 실수가 남아있지만, 박용우는 자신의 책임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충격적이었다”고 밝힌 그는 “빨리 공격을 진행해서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김)승규 형에게 공을 달라고 했는데, (허)용준이 위치를 확인 못했다. 결국 공을 빼앗겨 실점했다”고 설명했다.

박용우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19년 12월 9일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 입대했다. 육군훈련소 입소 후에는 악몽에 시달렸다. 그는 “훈련소에 있을 때도 계속 그 장면이 꿈에 나왔다. 그만큼 충격이 오래 갔다”고 말했다.

다행히 군 생활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김태완 전 감독 밑에서 다시금 K리그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기량을 뽐냈다. “상무에 있을 때는 부담이 크지 않았다. 감독님의 ‘행복축구’를 모두 즐겼다”며 “자연스럽게 아픔이 잊혀지더라”고 되돌아봤다.

군대에서 한 뼘 성장한 박용우는 결국 울산과 함께 K리그 정상을 밟았다. 팀에 복귀한 2021시즌에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2022시즌 울산이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모두가 원했겠지만, 나는 정말 간절했다. 솔직히 전북이 추격할 때 두렵기도 했다”며 “매년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휴가를 보냈는데, 이번 휴식기는 좋았다.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았다”고 기뻐했다.

2017년 울산 유니폼을 입은 뒤 팀의 발전과정을 지켜봤던 박용우은 2023시즌 부주장을 맡았다. 그토록 염원했던 정상 등극을 한 번으로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그는 “처음 이적했을 때 울산은 우승에 바로 도전하는 팀이 아니었다”며 “이제 전북처럼 꾸준히 K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팀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성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 “우승까지 17년이 걸렸는데, 그보다 어려운 게 있을까”라고 되물은 박용우는 “지난해 마음의 짐을 덜었으니 즐겁고 편안하게 하면 될 것 같다.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우승을 맛봤기에 얼마나 좋은지 다 알고 있다”며 리그 2연패를 다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