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오타니’ 상대하는 대표팀, 장타 허용보다 선행주자 막는 게 급선무

오타니 쇼헤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뼈아픈 경험이었다. 밥상을 차려줘선 안 된다.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은 10일 도쿄돔에서 숙적 일본과 운명의 대결을 벌인다. 9일 호주전 패배로 최악의 출발을 한 대표팀이 기적의 시나리오를 만들려면,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일본을 넘어야 한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9일 중국전 선발투수로 나서며 10일 한국전에는 타석에만 들어설 전망이다. 지명타자가 유력하다.

오타니는 타자로도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까지 눈에 띄는 성적을 남겼다. 2022시즌 157경기에서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90득점을 마크했다. 장타 능력을 갖춰 해결사 노릇도 톡톡히 했다. 2021시즌에는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였다.

우리 대표팀으로선 오타니의 한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타니의 앞’이다. 장타력을 갖춘 오타니에게 득점권 찬스를 허용하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9일 호주전에서 대표팀은 7회초 2사 2·3루 위기에서 로비 글렌디닝에게 역전 결승 3점포를 맞으면서 후반 분위기를 넘겨줬다. 이후 8회초 1사 2·3루 위기에서도 다시 3점포를 허용해 패색이 짙어졌다.

한방으로 순식간에 대량실점을 하면 팀의 사기는 꺾이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일본전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일본에 뒤지는 우리 대표팀이 사기까지 꺾인다면 승리는 결코 쉽지 않다.

‘공기부양식’인 도쿄돔은 유독 장타가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대표팀은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호주전에서도 홈런을 무려 3방이나 허용했다. 일본전에서도 장타 경계는 여전히 1순위다. 오타니에게 한방을 맞더라도 솔로포 정도는 큰 무리가 없지만, 2점 이상을 내주면 또다시 흐름을 넘겨줄 우려가 있다. 대표팀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장타자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