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찾기’보다 본질 꿰뚫어야…‘최고 인기종목’ 자만심부터 내려놓자! [WBC]

입력 2023-03-13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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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월드컵, 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둘 때마다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가 있다. 바로 ‘범인 찾기’다. 단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패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수를 지목해 여론재판에 회부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선수의 일상 하나하나까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호주와 일본에 잇달아 패하며 결국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남긴 제5회 WBC에서도 마찬가지다. 호주전에서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된 강백호(KT 위즈)가 표적이 됐다. 1점차 패배(7-8)였던 터라 강백호의 본헤드 플레이는 더욱 부각됐고, 야구팬들은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외신들도 앞 다퉈 강백호의 황당 주루사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를 상대로 플레이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만든 경기력 자체가 문제였다. 호주를 상대로 졸전을 펼친 마당에 일본전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체급 자체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였다. 결과는 4-13, 말 그대로 참패였다.

그동안 한국야구의 일본전 승리에는 실력차를 뛰어넘은 정신력이 적잖게 작용했다. 2006년 제1회, 2009년 제2회 WBC와 2008베이징올림픽에선 일본의 ‘실리야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었으나, 2015년과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선 벌어진 실력차를 실감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다가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 마스히 히로토시(은퇴) 등 상대적으로 공이 느린 선수들을 공략한 결과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 승리에 도취되어선 곤란했다. 메이저대회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성취감은 결국 독이 됐다. 고액 연봉과 매 경기 팬들로 가득한 야구장은 국제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함박웃음을 짓던 일본프로야구와 달리 선수들의 몸값과 자존심만 높아진 KBO리그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2020도쿄올림픽 4위의 결과도 이번 WBC 참패의 전주곡이었다.

이제는 최고 인기종목이라는 자만심부터 내려놓고 쇄신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야구꿈나무들이 미래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화풀이’에 치우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기반을 다져야 한국야구의 명예회복도 가능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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