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LG만 만나면 독해지는 KT의 순둥이 웨스 벤자민

입력 2023-07-26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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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벤자민. 스포츠동아DB

KT 위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30)은 유순한 성품이다. 경기 중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애매해도 항의는 고사하고 주심에게 읍소하는 스타일이다. KT 이강철 감독이 “그럴 때는 화를 좀 내도 좋을 것 같은데 이상한 제스처를 하는 게 끝이다. 너무 착해도 탈”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벤자민은 온순하다. 이 감독이 장난삼아 강한 어조로 말해도 그저 미소만 머금은 채 ‘예스’라고 답하곤 한다. 하지만 LG 트윈스만 만나면 독해진다.

벤자민은 올 시즌 18경기에 선발등판해 10승3패, 평균자책점(ERA) 3.83을 마크하고 있다. 특히 LG에 강하다. 올 시즌 LG를 상대로 4경기에 선발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겼다. 게다가 LG전 ERA는 0.71에 불과하다. LG 염경엽 감독도 “이상하리만큼 타자들이 벤자민에게는 대응을 잘 못 한다”며 혀를 내두른다. 벤자민은 25일 수원 LG전에선 8이닝 3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최다이닝 투구였다.

KT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벤자민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워낙 뛰어난 공을 던졌다. 지난 시즌보다 구속도 증가했다. 4월 1일 수원 LG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기분 좋게 시즌을 열었지만, 4월 말부터 5월까지는 다소 부진했다. 다행히 이 시기를 잘 넘긴 뒤 6월부터 페이스를 되찾았고, 7월 3차례 선발등판에선 3승, ERA 1.29로 개막 이전 기대했던 만큼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KT는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2020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2021년에는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을 한꺼번에 이뤘다. 올 시즌 초반 투타 주축들의 연쇄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6월부터 반등해 4연속 PS 진출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고영표와 함께 선발진을 이끄는 벤자민이 최근 눈부신 투구를 펼치면서 중위권에 자리한 KT도 강력한 추진력을 얻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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