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엘리아스.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51)은 롯데 자이언츠 투수코치 시절이던 2017년 외국인 좌완투수 브룩스 레일리(현 뉴욕 메츠)의 체인지업 구속을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체인지업치고는 구속이 대체로 시속 137~138㎞에 형성될 정도로 빨랐다. 김 감독은 직구와 구속 차이를 둬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 데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김 감독은 “그때 ‘체인지업 구속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했더니 구속을 시속 132~133㎞까지 낮추더라. 좌타자에게 극강이었어도 우타자에게는 부담을 가지곤 했는데, 체인지업이 더는 우타자들의 방망이에 걸리지 않게 되니 어떤 유형의 타자를 상대하든 좋은 모습이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6년 뒤 레일리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를 다시 만났다. 좌완 로에니스 엘리아스(35)다. 마찬가지로 체인지업이 고민이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엘리아스의 직구 평균구속은 시속 147.4㎞, 체인지업은 136㎞다. 10㎞ 조금 넘는 구속 차이를 둘 수 있지만, 변별력을 갖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게다가 체인지업 구속이 전체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빠른 반면 상하 무브먼트는 16.7㎝로 34위에 그친다. 김 감독은 “구속이야 빨라도 나쁘지 않다. 다만 낙폭이 있어야 한다. 움직임이 크지 않으니 타자들 입장에선 ‘느린 직구’라고 생각하게 돼 직구 타이밍에 쳐도 다 방망이에 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체인지업의 변별력을 높이는 일만큼 다른 구종의 활용 또한 몹시 중요하다. 엘리아스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위주로 투구한다. 빠른 공이 주무기인 만큼, 직구 구사율이 45.4%로 가장 높다. 그 다음이 체인지업이다. 구사율이 무려 30.4%에 달한다. 슬라이더(18.9%), 커브(4.9%) 구사율과 차이도 크다. 이에 김 감독은 “타자들 머릿속에 모든 구종을 인식시켜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사율이 낮다. 타자들은 직구, 체인지업만 노릴 텐데, 게다가 두 구종을 같은 타이밍에 놓고 칠 수 있다면 상대 입장에선 너무 단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SSG로선 엘리아스의 활약이 절실하다. 커크 맥카티~김광현이 원투펀치로 버티지만, 최근에는 국내선발 오원석, 박종훈의 기복도 적잖이 심해 뒷받침해줄 이가 마땅치 않다. 엘리아스가 6년 전 레일리처럼 바뀐다면 선발진의 안정화도 시간문제다. 김 감독은 “겪은 바로는 엘리아스가 레일리와 성격이 비슷하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선 노력하고 있으니 나도 더는 압박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