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때 K리그 최고 히트상품으로 통하던 수원 삼성과 라이벌전에 대한 FC서울 김진규 감독대행의 생각은 확고했다. 더 화끈하고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진사퇴한 안익수 전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고 부담스러운 승부를 앞뒀지만 자신감이 가득했다.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29라운드는 슈퍼매치였다. 선두 울산 현대와 28라운드 홈경기를 후반 추가시간 뽑은 동점골로 2-2 무승부로 마친 서울은 여세를 몰아 라이벌전 필승을 다짐했고,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예상과 달리 전반 1분 만에 희비가 갈렸다. 수원 진영 깊숙이 전진한 수비수 박수일이 오른 측면에서 연결한 공을 잡은 일류첸코가 힘으로 공간을 열어 오른발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았다. 이른 시간에 터진 일류첸코의 2경기 연속 득점이자 시즌 4호 골에 힘입어 서울은 K리그 통산 102번째 슈퍼매치 승리를 일찌감치 확신할 수 있었다.
이날도 서울은 파이팅이 넘쳤다. 라커룸 토크의 핵심도 ‘정신무장’이었다. 김 대행은 “그간 수원 삼성 팬들도 내게 큰 박수를 보내줬는데 오늘은 야유가 많더라. 나도 독을 품었다. 강한 축구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서울은 라이벌을 잘 아는 베테랑들을 대거 투입했다. 긴 부상에서 돌아온 고요한도 오른쪽 날개로 선발출전해 45분을 뛰었다. 경기 초반 기 싸움부터 이겨내려는 의도였다. 김 대행이 짧은 기간 거듭해서 강조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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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도 나름 대비했다. 김병수 감독은 서울을 상대로 주도권을 잡기가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단단한 정신이 필요하다. 그만큼 소통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수년간 전력보강에 인색했던 상황에서 비롯된 불편한 청구서가 여지없이 날아왔다. 후반 중반부터 서울의 라인이 내려간 틈을 이용해 맹공을 퍼부었으나, 투지로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과한 열정이 화를 불렀다. 후반 추가시간 백태클로 수비수 한호강이 퇴장을 당해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올 시즌 3차례 슈퍼매치를 싹쓸이하며 상대전적 42승25무35패의 우위를 지킨 서울은 6경기 연속 무승(4무2패)에서 벗어나 승점 43(11승10무8패)을 쌓아 다시금 3위 경쟁에 뛰어든 반면 2연패로 승점 22(5승7무17패)에 묶인 수원은 전날(1일) 대구FC에 0-1로 패한 꼴찌 강원FC(승점 21)와 격차를 벌리는 데도 실패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