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봐도 힐링…‘쉼표’ 같은 태백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3-09-1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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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분주령에서 만난 들꽃 개미취 군락과 탁 트인 멋진 풍광. 태백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한강발원지인 검룡소로 이어지는 이곳 능선은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들꽃을 만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이다(왼쪽 사진). 태백 은하수 명소 7곳 중 하나인 함백산 은하수길에서 바라본 은하수. 태백선수촌에서 함백산 가는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높은 산이나 험한 곳을 땀 흘리며 오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사진|김재범 기자·지엔씨21

가을 나들이 명소
평균 해발고도 902.2m. 서울 북한산의 최고봉 백운대(835.6m) 보다도 높은 곳에 있는 고장, 바로 태백이다. 국내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한여름에도 열대야를 느끼지 못한다는 이곳은 이미 가을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한결 깊어진 밤하늘엔 별이 더욱 총총히 빛나고,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능선에선 쨍한 풍광이 기다린다. 지루했던 무더위를 떨쳐 보내고 산뜻한 가을 나들이를 떠나기 좋은 곳이다.


●밤하늘에 흐르는 별빛 바다

이제 대도시에서는 보기가 불가능한 은하수를 태백은 대표 관광상품으로 밀고 있다. 도시의 평균고도가 높고 지역 규모도 크지 않다 보니 불빛에 방해받지 않는 청정 밤하늘을 만날 확률이 높다. 태백시가 추천하는 은하수 감상 ‘명당’은 총 7곳. 함백산 은하수길(1312m)을 비롯해 오투리조트(996m), 스포츠파크(812m), 오로라파크(686m), 탄탄파크(742m), 구문소(540m), 태백산 당골광장(865m) 등이다.

태백시는 7곳의 은하수 명소를 돌아보는 스탬프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별도로 은하수 여권도 만들었다. 7곳을 모두 돌아보고 여권에 인증도장을 받으면 기념품도 선물한다. 최근 ‘은뇽이’라는 은하수 테마 캐릭터도 만드는 등 은하수에 무척 진심인 고장이다. 7곳 다 돌아보면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함백산 은하수길이 최선이다. 함백산 가는 도로변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인근에 오투리조트를 비롯한 5개 명소들이 있어 이동하기도 좋다.


●숲속 오솔길 들꽃천국

밤에 은하수 보기를 즐긴다면, 낮에는 능선으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야생화 군락지를 돌아보는 게 제격이다. 태백 야생화 트레킹은 두문동재서 시작해 금대봉(1418m), 분주령(1080m), 대덕산(1307m)을 거쳐 한강발원지인 검룡소로 이어진다. 보통 두문동재를 출발해 금대봉,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오거나 반대로 검룡소서 올라가 두문동재로 나오는 코스(4시간30분), 아니면 검룡소에서 수아밭령, 금대봉,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복귀하는 코스(6시간)가 일반적이다. 짧게 돌고 싶다면 검룡소에서 대덕산에 올랐다가 분주령을 거쳐 검룡소로 돌아오는 코스(3시간)를 선택해도 좋다. 대덕산 오르막 구간이 조금 힘든 것을 빼고는 대부분이 무난한 코스다.


●태고의 신비 품은 소와 바람의 언덕

구문소는 낙동강 상류 황지천 강물이 큰 절벽을 뚫고 지나가며 형성한 깊은 소이다. 1억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닌 깊이가 가늠 안 되는 검푸른 소, 빨래판 같은 바위 물길을 타고 흐르는 거센 물줄기 등이 어우러져 박력 넘친 장관을 이룬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 일명 바람의 언덕도 태백 나들이의 참맛을 느낄만한 절경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언덕 위에 풍력발전기가 즐비해 이런 별칭이 붙었다. 정상 부근에 132만m² 규모의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진 가운데 능선을 따라 우뚝 선 하얀 풍력발전기들의 모습이 마치 판타지 영화의 장면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탄광촌의 기억 품은 거리

태백은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를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다. 야생화 트레킹에서 만나는 검룡소가 한강 발원지라면, 태백 도심에는 낙동강이 시작한다는 황지연못이 있다. 시내에 있어 검룡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연못 둘레가 100m인 상지를 비롯해 중지, 하지로 구성됐다. 가뭄에도 하루 약 5000톤 이상의 물이 솟아난다고 한다. 주변에 젊은 감성의 음식점이나 카페들이 많아 여행의 밤을 즐기기도 좋다.

철암동은 한때 사람들로 넘쳐나던 광산촌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석탄산업이 쇠락하면서 함께 급격한 사양길을 걸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과거 석탄산업의 전성기 때 상가를 보전해 그 내부에 광부들의 삶과 지역 문화를 담은 다양한 전시를 갖춘 공간이다. 철암역 앞 철암천변을 중심으로 한양다방, 형제미용실, 봉화식당, 호남슈퍼, 미백, 경북식당 등 그 시절 점포들의 간판이 붙어있는 100여m 거리가 철암탄광문화촌이다.

최근 태백 지역 대표 특산물로 적극 재배하고 있는 사과밭.



●뜻밖의 특산물, 사과

은하수 못지않게 요즘 태백이 꽤 공을 들이는 테마가 사과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재배 가능지역이 북상하면서 태백에서도 몇 년 전부터 사과재배를 하고 있다. 아직 사과를 활용한 관광상품이나 특산물은 많지 않지만, 은하수투어를 키운 정성을 보면 곧 ‘태백사과’가 주인공인 재미있는 관광 콘텐츠가 등장할 것 같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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