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봄배구 진출로 신흥명가 재건 발판 놓겠다” [V리그 개막특집]

입력 2023-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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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흥명가’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2시즌은 기대이하의 성적과 함께 좀처럼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김희진(32), 표승주(31), 신연경(29) 등을 보유하고도 영건들과 외국인선수가 이들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이야기다.

IBK기업은행은 2022~2023시즌 15승21패, 승점 48로 정규리그 6위에 머물렀다. 창단 2번째 시즌을 보냈던 페퍼저축은행(5승31패·승점 14)만이 그 밑에 있었다. 2011~2012시즌 V리그 입성 후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화려한 과거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2021~2022시즌 도중 소방수로 부임한 김호철 감독(68)의 새 시즌 목표는 단연 ‘명가재건’이다. 경기도 용인 기업은행 기흥연수원 체육관에서 만난 김 감독은 “첫 시즌은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주력했다. 지난 시즌은 (김)희진이가 무릎 수술(2023년 2월)을 받아 전력누수가 커 아쉬움이 컸다”며 “그래도 그동안 우리 팀의 미래가 될 자원들을 조금씩 발굴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지난 2시즌 동안 팀의 내홍을 수습하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면, 새 시즌에는 세터 김윤우(19), 미들블로커(센터) 임혜림(19)~최정민(22)~김현정(25),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육서영(22) 등과 주전들간 실력차를 줄여 ‘봄배구’ 참가를 노린다.

일단 출발은 좋다. KOVO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희망을 봤다. 미들블로커 김수지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했지만 임혜림, 최정민, 김현정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FA 이적생 황민경(33)과 새 외국인선수 브리트니 아베크롬비(28·미국)도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표승주와 아시아쿼터 자원 폰푼 게드파르드(30·태국)가 합류하면 더 짜임새 있는 배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은 다시 봄배구를 해야 할 때”라며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전지훈련을 떠난다. 6~7회 정도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것”고 힘주어 말했다.

-KOVO컵 준우승으로 희망을 봤을 것 같다.



“KOVO컵 개막 이전만 해도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기대이상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 것 같아 보기 좋다. 훈련 분위기도 예년보다 좋다. 어떻게 보면 FA로 이적한 (김)수지의 대체자도 찾아야 하는 무대였다. (김)희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김)현정이와 (최)정민이 등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또 우리가 그동안 아웃사이드 히터에 주로 외국인선수를 기용했지만, (황)민경이가 잘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리시브는 물론 수비 전반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올 시즌 복안은?

“체력을 강조하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된 뒤에 기술을 얹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선수들에게 매주 3~4회씩 웨이트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전술 측면에선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인 아베크롬비의 가세로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시즌 (표)승주가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공격이 그 쪽으로만 몰렸다. 올 시즌에는 예년보다 팀의 스피드가 늘었으니, 가운데에서 할 수 있는 이동공격을 바탕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상대 진영을 공략하려고 한다. 민경이의 가세로 리베로 (신)연경이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팀 범실 횟수 감소 효과도 기대한다.”

-새 시즌 외국인선수들과 신인들의 기량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폰푼은 직접 보지 못했다. 좋은 세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영상으로만 본 상태라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손발을 맞춰봐야 한다. 아베크롬비는 함께 훈련해보니 기대만큼 해주고 있다. 빠른 공격과 움직임은 우리 팀과 잘 맞는 것 같은데, 시즌 개막 후에도 지금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다만 V리그가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다곤 해도 결국 국내선수들이 잘해야 한다. 신인들은 9월 11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해 오전에 웨이트트레이닝, 오후에 공 훈련을 시작했다. 직접 보니 (전)수민이, (김)세율이, (주)연희 모두 기본기가 좋다. 가능성만 보여준다면 올 시즌부터 경기에 뛰게 할 계획이다. 지금은 팀을 향한 자부심을 심어주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해 줄 시기다. 당장 우리 팀의 (김)하경이도 실업무대까지 다녀왔고, 안된다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국 팀에 보탬이 되고 있지 않나.”

-한때 신흥명가였던 팀의 재건 부담이 클 것 같다.

“처음 부임할 때 선수들과 신뢰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부임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자가격리 기간 동안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한 것이 도움이 됐다. 선수들에게 ‘연습을 위한 연습은 하지 말자’, ‘내가 부임하기 전에 있었던 일은 다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자’, ‘결국 우리는 팬들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단에서도 나와 선수들을 믿어준 만큼 이제는 우리가 성적을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새 시즌 목표 성적은?

“올 시즌에는 우리가 다시 봄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위기와 전력 모두 예년보다 긍정적 요소가 많다. 이전에는 선수들에게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을 시켜달라고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 당장 성적을 내 봄배구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를 계속 찾아내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

용인 | 권재민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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