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소담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티빙
죽음과 삶에 대한 메시지 전하는 ‘이재, 곧 죽습니다’ 주연 박소담
서인국에 형벌 내리는 초월적 역할
병실서 깨달은 삶의 소중함 되살려
대본 읽다 울어 버릴 정도로 힐링
스타 캐스팅, 보는 즐거움도 자신
배우 박소담(32)은 2021년 12월, 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은 후 마취에서 깨어나던 순간을 최근까지 종종 떠올린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와중에도 머릿속에 딱 한 마디가 맴돌았다. “앞으로 하루하루 더 잘 살아야겠다.” 당연하게 주어졌던 ‘내일’이 어떤 무엇보다 소중하게 다가왔다.서인국에 형벌 내리는 초월적 역할
병실서 깨달은 삶의 소중함 되살려
대본 읽다 울어 버릴 정도로 힐링
스타 캐스팅, 보는 즐거움도 자신
그렇기 때문에 주연한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는 13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지난해 말 드라마를 제안 받고 나서 죽음과 삶에 대한 메시지를 그리는 이야기를 정말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며 힘주어 말했다.
●“배려 속에서 촬영 마쳐”
15일부터 공개하는 드라마는 7년간 취업 실패를 겪은 최이재 역의 서인국이 12번의 삶과 죽음을 겪는 형벌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박소담은 ‘죽음’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맡아 서인국에게 심판을 내리는 초월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재벌 후계자 최시원, 학교폭력 피해자 김강훈 등 수많은 인물로 환생하는 서인국이 받는 ‘형벌’의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능력치나 나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캐릭터라서 연기하면서도 신선했어요. 인간은 아니지만, 최이재와 깊게 연결돼 있어 그가 무언가를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도 내고, 답답해하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평소와는 달리 제가 맡은 캐릭터가 아닌 상대역인 서인국 씨가 연기하는 최이재의 감정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암 투병 이후 복귀한 드라마 현장에서 때때로 “체력이 채 돌아오지 않아 힘들기도 했다”며 말했다. 그는 아픔을 딛고 2월부터 9월까지 드라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시간이 지나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회복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힘든 날도 있었어요.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은 아실 거예요. 어느 순간 이게 배터리가 방전되듯이 한 번에 힘이 빠지거든요. 하병훈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힐링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해줘서 용기 내 완주했어요. 서인국 씨도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대본 리딩 하다가 울었죠”
비록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박소담은 총기 액션도 소화하며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했다. 죽음을 통해 삶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메시지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암 수술을 하고 나서 아빠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때도 있었어요. 몸의 감각이 하나씩 돌아오는 것마저 감사할 정도였죠. 스스로 죽음과 삶을 많이 생각했고,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값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후여서 드라마가 제게는 참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최이재의 환생을 통해 성훈, 이도현, 장승조 등 주연급 배우들이 총출동했던 촬영 현장은 “다시 못 할 경험으로 가득 찼던 순간”이 됐다.
“스타 캐스팅이나 스케일 큰 세계관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줄 거예요. 무엇보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나 자신, 그리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머리에 떠오를 거예요. 저도 전체 대본 리딩 현장에서 눈물이 터져서 말을 못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