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오 프랑코와 함께한 35일…KT 오윤석, 지구 반대편서 만난 터닝 포인트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4-02-07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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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함께한 전 롯데 통역 이조일 씨, 훌리오 프랑코 전 롯데 타격코치, KT 오윤석(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 | 오윤석

지난겨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함께한 전 롯데 통역 이조일 씨, 훌리오 프랑코 전 롯데 타격코치, KT 오윤석(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 | 오윤석

“아내에게 ‘다녀와도 되겠느냐’고 물은 게 아니라 ‘나 가야겠어’라고 했거든요.”

KT 위즈 오윤석(32)은 지난해 12월 15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향했다. 첫 개인해외훈련에 편도 20시간이 넘는 곳까지 건너가 지난달 20일 귀국하기까지 한 달 넘게 머물기로 마음먹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메이저리그(MLB) 각종 최고령 기록을 보유한 자기관리의 표본이자, 그가 저연차 시절 함께한 훌리오 프랑코 전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와 재회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롯데 시절 통역으로 일한 이조일 씨와 대화하다가 프랑코 코치와 연락이 닿은 오윤석은 바로 이튿날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는 “둘째가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아내가 (내 뜻에) 고민도 하지 않고 ‘다녀오라’고 해 무척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당초 가장 큰 목적은 타격훈련이었다. 실제로 오윤석이 얻은 것은 그 이상이었다. 프랑코 코치의 자택에서 숙식하며 그의 가족, 한 마을에 사는 야구인들에게도 도움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프랑코 코치를 통해 도미니카윈터리그, MLB 구단이 남미 지역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오윤석은 “지구 반대편의 야구는 처음이었다. 프로에서 10년 동안 하지 못한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며 “윈터리그에서 시간을 투자로 여기는 MLB의 지도자들, 그 곳에서 뛰거나 일하는 KBO리그 출신 선수들과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MLB 아카데미의 육성 시스템을 보며 가슴 설레는 비시즌을 보냈다”고 밝혔다.

6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2024 KT 위즈 스프링캠프’에서 KT 오윤석이 펑고 훈련을 하고 있다. 기장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6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2024 KT 위즈 스프링캠프’에서 KT 오윤석이 펑고 훈련을 하고 있다. 기장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시야가 넓어졌다. 오윤석은 2014년 프로 데뷔 이후 지난 10년간 치열하게 경쟁하던 자신을 돌아봤다. 그는 “그동안 (생각이) 너무 얽매였던 것 같다”며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늘 ‘살아남아야 해’라는 생각뿐이었고, 매 훈련 ‘무조건 잘해야 해’라는 생각이 강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가 보니 선수들이 훈련을 세분화해 준비하고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난 즐기지 못하고 생존만을 위해 사니, 그게 도리어 나를 옥좨 내 역량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게 만든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동력을 얻은 만큼 새 시즌 준비는 예년과는 분명 다르다. 올해 선수생활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베테랑 박경수는 그동안 늘 오윤석을 자신의 2루수 후계자로 꼽았다. 새 시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면 KT에도 반가운 일이다. 오윤석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이 생각은 내 야구가 끝날 때까지 변함없을 것”이라며 “지난겨울 참 행복한 비시즌을 보내며 좋은 경험을 한 만큼 이를 토대로 삼아 올 시즌을 잘 보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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